“드론이 재고조사 대신하는 시대에 회계사 선발 인원 왜 대폭 늘리나”

입력 2018-12-03 19:29

“5명씩 나가서 했던 재고조사를 드론이 대신하고, 영수증이 잘못된 것도 기계로 스캔하면 3초 안에 끝나는 시대다. 미래를 생각하면 회계사 증원은 결코 현명한 결정이 아니다.”

최중경 공인회계사회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공지능(AI)과 드론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빠른 발전으로 미래엔 회계사 수가 많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회계사들은 정부의 공인회계사 증원 계획에 집단으로 반기를 들었다. ‘공인회계사 증원 반대모임’은 3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금융위원회의 내년 공인회계사 선발예정 인원 증원결정 철회를 공식 요청한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지난달 공인회계사자격제도심의위원회를 거쳐 내년도 공인회계사 최소 선발인원을 1000명으로 결정했다. 올해보다 150명을 더 뽑게 된다.

‘반대모임’은 “금융위는 휴업 회계사 증가를 새로운 회계사 수요 증가로 본다고 했지만 이는 어불성설”이라고 반발했다. 회계법인의 내부구조 등에 실망해 떠난 회계사들이 다른 분야에 진출한 것을 금융위가 새로운 수요로 오해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법인에서 일하던 회계사들이 처우 문제로 퇴사하면 새로 합격한 저연차 회계사들이 자리를 대체하는 관행이 ‘착시현상’을 만들었다는 의미다.

기술 발달도 회계사 입지를 좁힌다. AI 등장 이후 회계사는 꾸준히 ‘미래에 사라질 수 있는 직업’ 순위에 이름을 올려왔다. 기초적인 재무·세금 업무는 로봇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4대 회계법인도 감사에 AI 등 신기술 도입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정부는 다르게 본다. 신(新)외부감사법 시행으로 업무량이 증가하면서 회계사 수요가 늘 것으로 판단한다. 외부감사 대상 회사도 향후 5년간 4%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일각에선 회계사들의 반발이 ‘밥그릇 지키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등록 회계사는 1만9956명이다. 급변하는 회계감사 환경에서 불어나는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2만명’으로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