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10월 말에 한국과 일본을 향해 ‘불쾌한 예견’을 내놓았다. 2030년대가 되면 노동인구 고령화에 낮은 경제성장률, 높은 정부부채가 겹치며 두 나라의 신용등급이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10여년이 지나면 혁신기술이 생산성을 높이기도 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노동인구 고령화가 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무디스는 예측했다.
무디스는 4년 전에도 “한국이 2030년이면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이라고 예언했었다. 질책과 같은 전망을 계속 쏟아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올해 3분기 기준으로 한국의 55~64세 인구 가운데 노동인구는 66.6%에 이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61.3%)을 웃도는 수치다. 한국의 25~54세 인구 중에서는 76.3%가 일하는데, 이 연령대에 대한 OECD 평균은 78.4%다.
쉽게 말해 한국의 노동시장은 일해야 할 사람이 일하지 못하고, 일하지 않아야 할 사람은 일을 해야 하는 구조다. OECD가 조사하는 국가별 은퇴연령을 봐도 그렇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집계를 보면 세계에서 가장 오래도록 일을 하는 이들은 한국의 노인이다. 남성은 72.9세, 여성은 73.1세까지 일한다. 남녀 모두 일본 멕시코를 따돌리고 OECD 1위다.
‘70대 은퇴’는 물론 멋진 일일 수도 있다. 문제는 자신의 주된 직업에서 물러나는 순간이 아니라 재취업이 종료되는 시점이 70대라는 데 있다. 3일 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는 한국의 ‘주된 일자리’ 은퇴연령이 49.1세라고 밝혔다. 유럽의 대부분 국가에선 주된 일자리 은퇴연령이 60대 초반으로 집계된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한국의 전체 취업자가 9만7000명 증가한 것도 결국은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23만3000명이 취업전선에 다시 나선 효과다. 정작 15~59세 취업자는 13만6000명 감소했다. 다시 노동인구가 되는 이들 다수는 전직과 무관하게 청소를 하거나 경비실에 간다. 고용보험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고령층이 가장 많이 신규 취득하는 직종별 고용보험은 청소·경비업이다.
남북통일이 돼도 노동인구 고령화를 누그러뜨리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교전문매체 더 디플로맷은 “북한도 한국의 인구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고령화 추세는 한국보다 덜하지만, 북한의 출산율 역시 한국처럼 하락세라는 얘기다. 이런 경향은 과거 동독에서도 발견됐다고 더 디플로맷은 지적했다.
노동인구 고령화의 대안으로 언급되는 건 고령층 고용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다. 신규 고령자 일자리를 확보하기 위한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도 거론된다. 보험연구원은 영국 도크랜드를 주목해야 한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냈다. 도크랜드에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제조업 쇠퇴로 인구 유출이 일어났다. 하지만 정부 주도로 재개발계획이 수립되고 다양한 투자 인센티브가 제공되면서 도시가 다시 살아났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올해 취업자 늘었다지만 60세 이상 ‘재취업’ 효과
입력 2018-12-03 19: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