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필 호소문을 제출하고도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화려한 경력을 뒤로하고 불명예스런 이유로 지난 3년간 농구 코트를 떠났던 전창진 전 안양 KGC 감독의 한국프로농구(KBL) 복귀가 끝내 무산됐다. 아무리 실력이 있다 하더라도 도덕성을 뛰어 넘을 수 없다는 냉엄한 여론의 무서움을 상기시킨 사례라는 지적이다.
KBL은 3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재정위원회를 통해 전 전 감독의 코치 등록에 대한 자격 심의를 진행한 뒤 그의 등록을 불허했다. 앞서 전주 KCC는 지난달 30일 “스테이시 오그먼 감독 대행 체재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KBL 경험이 풍부한 전창진 전 감독을 수석코치로 영입했다”고 선임 이유를 설명했다.
전 전 감독은 2015년 5월 승부조작과 불법 스포츠 도박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고 같은 해 8월 안양 KGC 감독에서 자진 사퇴한 바 있다. 이후 KBL로부터 무기한등록불허 징계를 받았다. 전 전 감독은 승부조작 및 불법 스포츠도박 혐의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됐다. 단순 도박 혐의는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왔으나, 2심에서는 벌금형 100만원이 선고돼 전 전 감독은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KCC가 서둘러 전 전 감독을 영입하려 하자 비난 여론이 고조됐다. 또 전 전 감독과 같은 고교(용산고) 출신인 KCC 고위층 인사들이 영입에 적극적이라는 소문이 나돌면서 팬의 시선은 더욱 차가워졌다.
조승연 재정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회의를 마친 뒤 “법리적 상황을 고려하고 KBL 규정을 기준으로 심의했다”며 “향후 리그의 안정성과 발전성, 팬들의 기대와 정서도 고려했다”며 등록 불허 이유를 설명했다. 팬들의 여론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음을 내비친 것이다. 또 “무혐의 부분이 있다고 해도 도박 건으로 대법원에 상고중인 점을 고려했다”며 “리그 구성원으로서 아직은 부적격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 전 감독은 이날 “농구인과 팬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사랑을 되갚을 수 있게 해 달라. 농구 인생을 마무리하고 모범적으로 농구장에 서도록 기회를 달라”는 내용의 자필 호소문을 재정위원회측에 제출했다.
또 재정위 참석 후 직접 취재진 앞에 나서기도 했다. 전 전 감독은 “농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KBL 팬들과 농구 관계자들에게 많은 피해를 줘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오늘 재정위원회를 통해 제 신분이 결정되는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잘못은 구단이 아니라 제가 했다. 저 전창진을 욕하시고 저를 선택한 구단에 피해가 가지 않게 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KCC는 지난달 15일 추승균 당시 감독이 팀의 부진을 이유로 사퇴한 뒤 외국인인 오그먼 감독 대행이 팀을 이끌고 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여론은 차가웠다… ‘도박 재판’ 전창진 前 감독 복귀 무산
입력 2018-12-03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