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사진)의 교육·연구 혁신모델이 케냐에 통째로 수출된다. 미국의 원조를 받아 세워진 학교가 47년 만에 개발도상국의 학교 설립을 원조하게 된 것이다.
3일 KAIST에 따르면 학교는 지난달 30일 케냐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발주하고 콘자 기술혁신도시(Konza Technopolis) 개발청이 시행하는 ‘케냐 과학기술원 건립 컨설팅 사업’의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 과거 중동과 중국에 KAIST의 교육·연구관련 프로그램이 일부 수출된 적은 있었지만, 프로그램 전체가 수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KAIST는 1971년 미국 국제개발처(USAID)로부터 600만 달러의 차관을 지원받아 설립된 지 47년 만에 원조를 하는 대학으로 발돋움하게 됐다.
케냐 과학기술원 건립은 케냐 정부가 ‘아프리카 실리콘밸리’ 건설을 목표로 나이로비 인근에서 추진 중인 사업이다. 사업 목표는 2021년까지 과학기술원을 설립해 이공계 핵심인재를 양성, 케냐를 2030년까지 중진국으로 도약시키는 것이다.
케냐 정부는 사업자 선정을 위해 지난 6월부터 한국에서 경쟁 입찰을 진행해 왔다. 그 결과 입찰 의향서가 통과된 4개 대학이 각각의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제안서를 제출했고, 지난달 초 KAIST 컨소시엄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KAIST 컨소시엄은 KAIST가 교육을 담당하고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가 건축설계를, 선진엔지니어링이 감리를 각각 맡는다. 사업 착수(Kick-Off) 행사는 내년 1월 중 케냐 현지에서 진행된다.
계약 체결에 따라 KAIST는 내년부터 3년 간 기계공학·전기 및 전자공학·ICT 공학·화학공학·토목공학·농업생명공학까지 6개 핵심학과와 공통 기초과학 프로그램의 설계, 교육·실험 및 일반 기자재 공급계획, 산·학 협력을 포함한 대학 경영계획과 같은 분야의 전반적인 컨설팅을 수행하게 된다.
앞서 KAIST는 2010년 아랍에미리트(UAE) 칼리파대학에 원자력공학과 교육프로그램을 최초로 수출한 이후, 2015년 중국 중경이공대에 전기및전자공학부·전산학부의 교육시스템과 커리큘럼을 수출하며 연 10억원 규모의 운영비 수입을 올리고 있다. 또 지난 10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가 공학 인재양성을 위해 설립 추진 중인 ‘MBSCSAI’와 로봇공학 학사과정 설치 관련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학교 측은 이번 케냐와의 계약 체결이 신성장동력 확보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의료·과학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고등교육서비스와 건설업을 패키지로 묶어 수출하는 모델의 가능성을 새롭게 확인했다는 이유에서다. 신성철 KAIST 총장은 “원조사업을 통해 학교가 설립된 지 반세기 만에 거둔 쾌거다. KAIST의 발전모델을 개도국에 전수하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의가 있다”며 “케냐 과학기술원이 과학기술 선도 대학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 대한민국 첨단 지식산업의 지평을 넓히겠다”고 말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
카이스트 ‘교육·연구 혁신모델’ 통째로 케냐에 수출한다
입력 2018-12-03 1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