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과 투자, 소비가 부진한 가운데 그나마 선방하는 게 수출이다. 11월 수출도 전년 동기보다 4.5% 증가한 519억2000만 달러였다. 7개월 연속 500억 달러를 돌파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수출은 6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그럼에도 왜 경기가 이처럼 가라앉고 있는지는 여러 차례 분석됐다.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의 수출 편중에 따른 착시 현상과 자동차, 조선 등 전후방 연관효과가 큰 업종의 부진이 주요 이유로 꼽힌다.
11월 수출 실적은 겉으로 나타난 ‘총량’에 집중해서는 안 된다는 걸 확인시킨다. 놓치지 말아야 할 세목이 중국으로의 수출이 2016년 10월 이후 25개월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는 점이다. 지난달 대중(對中) 수출은 136억5000만 달러로 지난해 11월보다 2.5% 줄었다. 특히 디스플레이 수출은 전년도보다 28.6%, 휴대전화 등 무선통신 기기는 61.2% 감소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의 내수와 투자 부진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
여기에다 반도체 수출 증가세까지 크게 둔화됐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11.6%로 역시 2016년 10월 이후 최저치다. 올 1월의 5분의 1 수준이다. 반도체는 한국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1%에 달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 대중 관세 보복을 90일간 미루기로 했지만 미국 언론은 미국과 중국이 이 한정된 시간에 합의점을 도출한다는 데 회의적이다.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는 미·중 관세전쟁이 이번에 봉합되더라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확장주의적 노선에 대한 미국의 견제와 공세는 결코 완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대중 무역 역조를 줄이거나 중국의 자본시장 개방도를 높이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이 중국의 ‘국가 주도 경제발전’ 방식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는 지적이 갈수록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정부 부처는 6000억 달러 돌파 등 수출 총액에 고무될 때가 아니다. 미·중 무역전쟁의 장기화와 중국 경제의 위기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시장 다변화 등을 서둘러야 한다.
[사설] 감소세로 돌아선 對中 수출… 내년 수출 낙관 못한다
입력 2018-12-04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