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文대통령에게 ‘소통’을 주문하게 된 현실

입력 2018-12-04 04:00 수정 2018-12-06 13:36
이런 사설은 나오지 말았어야 했다. 이것은 대통령에게 소통을 주문하는 글이다. 문재인 정권은 지난 정권의 폐해를 발판 삼아 수립됐다. 박근혜 정권이 무너져야 할 이유였던 국정농단의 배경에는 소통 부재의 권력이 있었다. 그가 공관에 처박혀 있는 동안 국민의 아우성은 여러 문고리를 거치느라 전달될 수 없었다. 간혹 들려온 대통령 목소리는 주변의 잡음이 둔갑한 것에 불과했다. 현실을 알게 된 국민이 촛불을 들었고, 그 힘으로 탄생한 정권은 달라야 한다는 걸 문 대통령도 잘 알고 있었다. 지난해 취임과 함께 놀라운 소통 실력을 보여줬다. “국민께 직접 말씀드리겠다”며 인사 대상자를 소개했고, 기자회견에서 질문자를 직접 지명했다. 국민은 파격으로 받아들였다. 문재인정부가 적어도 소통의 문제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출범한 지 1년 반이 흐른 지금 그 소통이 변질되고 있다.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후 기내 간담회에서 기자의 질문을 차단했다. 경제 등 국내 현안을 물으려던 시도가 연거푸 좌절됐다. 대단히 심각한 문제다.

문 대통령이 받은 질문은 지극히 상식적이었다. 곧 집권 3년차가 되니 경제 성과를 우려하는 목소리에 답해 달라 했고, 직접 SNS에 올린 “정의로운 나라”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그는 “외교 문제만 말하겠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이 대응은 세 가지 측면에서 잘못됐다. 첫째, 대통령은 첫 번째 질문에 답했어야 한다. 국정을 책임지려면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는 때와 장소를 가릴 것 없이 설명할 의무가 있다. 최대 관심사를 배제한 소통은 일방통행에 불과하다. 둘째, 답변하기 어려웠다면 양해를 구했어야 한다. “외교 문제를 질문하라”고 할 게 아니라 “경제와 국내 문제는 더 파악하고 고민해 정확한 답변을 하겠다”고 말했어야 옳다. 국민의 알권리를 존중하지 않았다. 셋째, 대통령의 거듭된 답변 회피에도 계속 질문이 나온 까닭을 생각해보라. 그럴 기회가 너무 부족해졌다. 취임 초의 파격은 흘러간 옛 일이 됐다. 언제부턴가 인사권 행사의 전면에서 대통령은 사라졌고, 대통령과 대화할 기회는 1년에 한두 번인 ‘행사’가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툭하면 기자들과 말다툼을 벌여 설화에 휩쓸리지만 거의 매일 취재진 앞에 선다. 문 대통령이 말하고 싶어 한 북한 문제도 우리는 트럼프의 입을 통해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있다. 원해서가 아니라 그래야 하기에 말하는 것이다. 국민에게 설명하는 일. 그 행위의 엄중함을 인식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