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충남 금산군 진산면 석막리 JMS 본부에서 조경공사 중이던 남성 신도가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무게 1.5t 높이 2.5m의 돌을 옮기던 중 발생한 사고였다. 이날 작업에 참여한 이들은 대부분 JMS 자원봉사자들이었다. 경찰은 이들이 안전모도 없이 작업한 것으로 보고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두고 있다고 한다.
JMS 교주 정명석씨는 신도들에 대한 성범죄 혐의로 10년을 복역한 후 지난 2월 중순 전자발찌를 차고 만기 출소했다. 이후 자신의 생가 터에 조성된 ‘월명동수련원’에 머물러왔는데 이곳에서 사고가 난 것이다. JMS는 이곳을 ‘세계 최고의 자연성전’이라 부른다. 신도들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는 이곳은 수많은 돌들로 조경이 이뤄진 곳이어서 사고 발생 위험이 상존해 왔다.
JMS 신도들은 통일교 출신의 정명석씨를 ‘주님’으로 따른다. 하지만 JMS는 종교단체보다 사회문화단체로 활동하고 있어 일반인들에겐 구분이 어렵다. 중고등학생들에게는 CGM자원봉사단이란 이름으로 접근하고 국내 대학 안에서는 위장동아리 형태로 활동한다. JMS는 일본의 대학가를 포함해 해외에서도 활동이 활발하다. 이들은 국내 유수의 대학들에서 자원봉사자나 치어리더 혹은 행사 의전단과 모델들을 모집한다고 접근하고, 무료로 악기를 가르쳐주거나 대학생활 안내 혹은 스피치 특강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주로 외모가 좋은 여대생들에게 접근해 친밀한 관계를 형성한 후 포교를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미혹된 중고등학생들과 청년대학생들의 정기적인 대규모 집회가 열리는 곳이 이번 사고가 발생한 ‘월명동수련장’이다. 문제는 정씨의 출소를 전후해 JMS의 활동이 전국 대학가에서 더욱 활발해졌다는 사실이다. 도대체 성범죄 전력을 가진 정씨를 학업과 직장과 가정을 포기하면서까지 주님으로 믿고 따르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도 상식과 합리성을 겸비한 고학력층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성장하는 한국 이단들에게는 공통적 특징이 있다. 첫째, 교주의 자격 조건은 사회적·신학적 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은 적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성경 내용에는 익숙하기 때문에 교주들은 성경에 대한 올바른 이해보다 임의적이고 자의적(창의적)인 해석에 능하다. 둘째, 핵심 간부들은 똑똑한 고학력 엘리트들이다. 이들이 비성경적이고 비상식적인 교주의 주장을 교리로 체계화하고 이를 통해 신도들을 세뇌하고 통제하는 시스템을 만든다. 이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한 이단이라야 성장과 지속이 가능하다.
미국의 대표적인 이단전문가 스티븐 하산은 “스마트한 사람들의 특징은 이단들과의 처음 만남이 다소 상식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뤄지면 이후에 아무리 비상식적이고 비합리적인 교리가 등장해도 스스로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능력이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한다. 이들은 설령 교주가 사망하거나 시한부 종말 주장이 실패하더라도,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교주의 죽음을 신격화하거나 미화하고 새로운 종말의 시간을 기다리며 스스로를 ‘희망고문’ 한다.
수능 이후 새 학기가 시작될 때까지의 시간은, 새내기들을 향한 JMS와 신천지 등 대학가 이단들의 미혹이 가장 거센 시기이다. 낯선 환경에서 낯선 이들을 만나야만 하는 감수성이 예민한 새내기들을 향해, 이단들은 양의 옷을 입고 우는 사자처럼 달려들고 있다.
이들은 거짓말을 종교적으로 합리화하고 도덕적 불감증으로 무장해 있다. 게다가 최근 이단사이비 조직들은 ‘종교적 헌신’이라는 미명으로 합법적인 착취를 자행하며, 오늘을 힘들게 살아가는 청년세대를 두 번 울리고 있다. 청년세대에게 삶과 신앙의 좌표는 제대로 제시하지도 못한 채 ‘조심이 안심’이라고 목소리를 높여야만 하는 오늘 기성세대의 초상이 슬프기만 하다.
탁지일(부산장신대 교수·현대종교 이사장)
약력=캐나다 토론토대 성미카엘칼리지(PhD·기독교역사), 현대종교 이사장 겸 편집장, 부산장신대(교회사) 교수
[시온의 소리] 헌신인가, 착취인가
입력 2018-12-04 00:06 수정 2018-12-04 1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