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분립, 건강한 교회·좋은 목회 위한 하나의 대안”

입력 2018-12-04 00:00
높은뜻덕소교회 오대식 목사가 3일 경기도 남양주 덕소고등학교 옆 교회 목양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요즘 시대적 트렌드인 다운사이징(downsizing)이 교회와 목회 현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교회 분립’을 들 수 있다. 6·25전쟁 이후 산업화와 고도성장에 맞춰 한국교회 역시 양적 성장을 추구하면서 어느새 ‘좋은 교회=큰 교회’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하지만 교회 성장은 나날이 둔화되고 기존 교회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떠나는 성도가 늘면서 ‘좋은 교회’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회 분립은 한국교회에 새로운 목회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높은뜻숭의교회에서 높은뜻정의교회로, 다시 높은뜻덕소교회로 분립한 오대식(55) 목사를 3일 경기도 남양주 덕소고등학교 옆 교회 목양실에서 만났다.

오 목사는 2009년 높은뜻숭의교회가 교인 5000명에 이르러 4개 교회로 흩어질 때 그중 하나인 높은뜻정의교회를 세웠다. 교인 1600여명과 함께 서울 정의여고 강당에서 예배를 드렸다. 분립 초기부터 오 목사는 “출석교인 3000명이 되면 분립하자”고 당회와 제직회에 공표했고 설교도 했다. 2014년 교인 숫자가 2800명에 육박하자 구체적인 분립 절차를 고민하기 시작해 3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쳤다. 그리고 지난 1월 교인 700여명과 함께 나와 경기도 덕소고에서 식당으로 쓰다가 지금은 창고로 사용하는 건물을 빌려 예배하는 높은뜻덕소교회를 세웠다. 지난달에는 교인들의 뜻을 모아 내년 1월 높은뜻파주교회 분립까지 결정했다.

오 목사는 최근 이 같은 교회 분립 경험을 토대로 교회 분립의 목적과 의미, 구체적인 방법론, 시행착오까지 진솔하게 담은 책 ‘교회를 세우는 교회’(생명의말씀사)를 펴냈다. 교회 분립에 대해 이야기하기가 무척 조심스러웠지만 용기를 낸 이유가 있다.

오 목사는 “교회 분립을 말하는 것이 중대형교회를 향해서는 왜 분립을 안 하느냐고 부담을 주는 것 같고, 작은 교회에는 배부른 소리 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책을 쓴 것은 교회 분립, 다운사이징이 좋은 목회를 하기 위해 선택 가능한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외형적으로 교회가 커지는 상황에서 교회의 본질을 어떻게 지킬까 고민하다 선택한 방법이 교회 분립이라는 이야기다. 오 목사는 “1994년 목사 안수 받고 지금까지 목회를 해 오면서, 결국 성도들이 신앙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교제하며 돌봐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그 본질적 사명을 잘 감당하지 못하면서도 교회가 커지고 있다면 이는 기뻐할 일이 아니라 반성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결국 그런 목회의 본질을 지킬 적정선을 고민했고 교인들이 나를 위해 기도해주는 목회자라고 믿고 따르는 관계를 교회의 사이즈와 바꾸고 싶지 않아 분립을 택했다는 것이다.

오 목사는 교회가 세속화돼 가면서 목회자의 역할은 갈수록 중요해진다고 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교회 안에서 봉사하고 프로그램에 참여하지만 정작 한 개인이 사회에서 생활할 때 좋은 크리스천이냐는 질문엔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며 “그런 문제를 교회에서 다뤄야 하고 그러려면 목회자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교인 숫자가 3000명에서 700명으로 줄었지만 그는 목회자로서 더 바빴다고 한다. 그는 “부끄럽지만 정의교회에서는 큰 부서 일이 아니면 챙겨보질 못하고 병원 심방, 장례 일정 정도만 챙겨 마음이 많이 괴로웠다”면서 “덕소교회에 와서는 목장 모임에 참석하고 개별 교인 심방을 하며 작은 부서 일까지 생각하고 고민하다보니 더 바빠졌다”고 털어놨다.

오 목사는 ‘좋은 목회’가 무엇인지, 목회자들이 중심이 돼 공론화해보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좋은 목회라고 하면 교인 숫자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분이 많은데, 몇 명이 적정하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라며 “숫자와 상관없이 묵묵히 한 영혼에 집중하는 목회자들의 가치가 존중받고 제대로 인정받는 문화가 정착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 목사는 그런 점에서 교회 분립이 한국교회에 좋은 전통으로 자리 잡길 기대한다. 그는 “높은뜻숭의교회 이전에도 박창하 정주채 박은조 홍정길 목사님 등이 교회를 분립한 사례가 있었다”며 “교회 분립에 대한 의견은 저마다 다르더라도 적어도 이것이 좋은 목회를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여겨진다면, 한국교회에 좋은 전통이 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 교회 분립과정서 꼭 필요한 것은 소통

교회 분립은 쉽지 않다. 교회 분립을 결정하는 것도 어렵지만 분립 작업을 준비하고 감행하는 과정 또한 만만치 않은 여정이다. 오대식 높은뜻덕소교회 목사는 “교회 분립은 곧 모든 성도가 선교적 사명을 감당하는 일”이라며 “교인들과 계속 소통하면서 함께 결정해나가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주관이 뚜렷한 성도들이 많았기에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오 목사는 분립 자체에 대한 이야기보다 교회론에 대한 설교를 통해 교회 분립의 이유와 목적의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노력했다. 오 목사는 “마태복음 18장을 통해 교회란 천국을 소망하는 공동체이며 지극히 작은 자와 죄를 지어 낙심한 자도 용서하고 사랑해서 함께 천국에 가도록 돕는 것이 교회임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교회에 대한 정의가 확실해지면 여기에서도, 저기에서도 예배하고 전도하고 함께 천국을 소망하면 된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오 목사는 “2009년 높은뜻숭의교회가 결정한 분립은 워낙 급속도로 진행돼서 교인 중 서운해 하고 당혹스러워하는 분들이 많았다”며 “높은뜻정의교회에서는 중장기발전위원회를 만들어서 교인들이 연구하고 분립할지 말지 결론 낼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오 목사는 “회의 때 나온 내용을 예배시간에 알리면 소통이 됐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더라”며 “매주 교회에서 진행된 일에 대해 교인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주보에 ‘분립 Q&A’를 실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교회 분립을 위한 공동기도문을 작성, 함께 기도하는 데도 힘을 쏟았다.

남양주=글·사진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