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약함을 자랑하라

입력 2018-12-04 00:03

시대를 초월하여 변치 않는 미덕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강함’입니다. 학벌 재력 외모 가문 인맥 등 강함은 언제나 자랑스러움과 부러움과 숭상의 대상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덕담으로 ‘힘을 키우라’고 말하고, 또 ‘실력을 키워서 강해지라’고 격려합니다. 반면 ‘약함’은 부끄럽고 불편하며 그래서 언제나 감추고 싶은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한마디로 강해지길 소원합니다. 신앙을 가진 사람들도 겸손하기를, 하나님께 영광 돌리기를 구하지만 그 전제 조건 역시 ‘강하게 되어서’일 때가 많습니다. 뿐만 아니라 많은 신앙인들이 하나님도 강한 사람을 들어서 일하시고, 이를 통해 영광 받으실 것이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이렇게 강한 사람의 표상이 될 만한 인물이 신약성경에 나오는 베냐민 지파 출신의 사울(로마식 이름 바울)이었습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로마 시민권을 가진 특권층이었고 학문적으로도 매우 뛰어난 사람이었습니다. 게다가 그는 화려한 스펙에 더하여 극적인 회심의 스토리까지 갖고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하나님은 누구도 갖지 못한 영적인 체험까지 그에게 주셨습니다. 이 때문에 이제 사울을 통해 영광 받는 일만 남은 듯 보였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그를 들어 쓰기 전에 그에게 육체의 가시를 주셨습니다.(고후 12:7) 여기서 ‘가시’라는 표현은 날카로운 창이나 단단한 말뚝을 의미합니다. 사울은 너무나 고통스러운 육체의 가시로 인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고, 하나님께 그 약함이 사라지게 해 달라고 간절하게 매달리는 것 밖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때 하나님은 “내 능력이 약한데서 온전해진다”는 생각지도 못한 말씀을 주셨습니다.(9절)

이것은 그의 약함에도 불구하고 선택하셔서, 약함을 무릅쓰고 사용하신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의 약함 때문에, 약함을 통해 일하신다는 의미입니다. 곧 하나님과 동역함에 있어 약함은 소극적인 장애물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인 선택의 요인이 된다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사울은 약함을 크게 기뻐하고 그것을 자랑하는 사람으로 변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의 능력이 자기에게 계속 머물 수 있는 이유가 바로 그의 약함임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한편 구약성경에는 사울과 똑같은 지파와 이름을 가진 한 인물이 등장합니다. 처음에 그는 이스라엘 모든 사람보다 더 큰 키와 준수한 용모를 가졌지만 자신의 약함을 더 크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스라엘 초대 왕으로 부름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갈수록 그는 자기의 강함에 마음을 두었고, 그 때문에 말씀 대신 자신을 보고, 백성을 섬기는 대신 부리다가 저주를 받고 폐함을 당하게 됐습니다.

이에 비해 처음엔 강함에서 출발한 사울은 약함의 진리를 발견한 이후 끝까지 약함을 자랑하는 사람으로 살았습니다. 그래서 당시 어느 곳보다 수사학이 발달한 고린도 지방에 갔을 때 자신의 지식으로 강함을 자랑하는 대신 오직 하나님께서 주시는 말씀만을 전하기로 결심합니다. 고린도전서 2장 3절에서 그는 “내가 너희 가운데 거할 때에 약하고 두려워하고 심히 떨었노라”라고 고백합니다. 이 같은 모습으로 인해 그의 평생에 성령께서 함께하시며 능력을 주셨고,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그의 삶과 그가 쓴 서신들은 큰 영향력을 남기고 있습니다.

이처럼 하나님께서 우리의 약함을 기뻐하시는 이유는 우리가 그분의 어린 자녀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천국에 들어갈 때까지 어린 아이와 같은 자리에 머물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이런 점에서 약함을 기뻐한다는 것은 곧 자녀 됨을 기뻐한다는 것이며, 약함을 자랑한다는 것은 하나님의 아버지 되심을 자랑한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권지현 다음세대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