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해외 순방 중인 1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을 통해 “국내에 많은 일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며 “믿어주시기 바란다. 정의로운 나라, 국민들의 염원을 꼭 이뤄내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한다”고 밝혔다. 최근 드러난 청와대 민정수석실 내 반부패비서관실 소속 특별감찰반(특감반)의 비위 문제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정의로운 나라라는 염원을 꼭 이뤄내겠다고 했으므로 4일 귀국 후 엄정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조국 민정수석 경질안이 우선적으로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뉴질랜드로 떠나기 전 페이스북에 이 글을 올렸다. 최근 특감반 전원이 원 소속 기관으로 복귀 조치된 후에도 골프 접대 등 의혹이 추가로 제기되는 상황을 의식한 메시지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문 대통령 순방을 수행 중인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이 국내 상황에 대해 충분히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다만 문 대통령은 2일 뉴질랜드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국내 문제에 관한 질문을 일절 받지 않았다. 순방 중에 관심이 큰 국내 사안이 벌어져 질문을 안 할 수 없다고 해도 “답하지 않겠다”며 다소 예민하게 반응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순방 일정이 남아 있어 외교 문제에 국한해 답변을 받았다”고 해명하며 “대통령이 귀국하면 여러 문제들을 직접 처리해야 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말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특감반 사태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해 답을 미뤘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감반 비위는 공정사회를 표방한 문재인정부로서는 충격적인 일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권력형 적폐 청산 작업을 벌이면서 청와대 내부 비위 단속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그러나 최근 청와대 경호처 5급 공무원이 술집에서 시민을 폭행하고, 김종천 의전비서관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는 등 사고가 속출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순방 전날인 지난달 27일에도 참모들에게 “조직의 기강을 다시 세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이 귀국하면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조 수석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나와 경질 가능성이 커지는 분위기다.
박근혜정부 청와대에서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민정수석에게 현명한 처신이 요구되는 때”라며 조 수석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조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을 직접 모시는 참모는 다른 공직자들보다 더 빠르고 무겁게 결과에 대한 정무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먼저 사의를 표함으로써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드리는 게 비서된 자로서 올바른 처신”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은 ‘늑장’ 대응보다는 ‘과잉’ 대응이 훨씬 적절한 경우”라고 덧붙였다.
수도권의 한 민주당 의원도 “꼭 경질론 성격이 아니더라도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인사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민주당은 이례적으로 공식 사과도 했다. 이재정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잘못된 부분은 확실하게 도려내고 그에 맞는 확실한 처방을 통해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히 되짚겠다”고 말했다.
박세환 김판 기자 foryou@kmib.co.kr
文 대통령 “정의로운 나라 만들 것”… 조국 경질 가능성
입력 2018-12-03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