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법관 130여명 인사자료’ 영장 2명만 발부

입력 2018-12-02 19:48

‘법관 블랙리스트’ 문건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검찰이 전현직 법관 130여명의 인사 자료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단 2명의 자료만 허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사법부가 법관 블랙리스트 수사 확대에 ‘선긋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은 블랙리스트의 실체를 끝까지 확인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사법농단 의혹’ 수사 마무리가 늦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단(단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달 30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기 사법행정에 반발했다는 이유만으로 인사 불이익을 받은 정황이 있는 전현직 법관 130여명의 인사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영장을 발부받은 건 법관 블랙리스트와는 직접 관련되지 않은 2명의 인사 자료였다. 검찰은 이 영장으로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실 등을 압수수색했으나 사실상 영장을 기각당한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2명은 재판 개입 지시를 거부한 뒤 인사 불이익을 받은 정황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은 양 전 대법원장 재임 초기인 2012~2013년 인사 자료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은 모두 기각했다. 사실상 2014년 이전 법관 블랙리스트 문건에 대해서는 손대지 못하게 선을 그은 것이다. 법원은 앞서 검찰이 지난달 6일 청구한 압수수색영장에 대해서도 2014년 이전 자료는 발부하지 않았다.

검찰은 2014년 이후 블랙리스트 문건 조사를 통해 2012~2013년 블랙리스트 문건의 존재가 명확히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압수수색영장을 기각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며 반발하고 있다. 최근 안철상 행정처장이 검찰의 수사 상황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도 사실상 블랙리스트 관련 검찰 수사 대상을 더 확대하지 말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온다. 안 처장은 지난달 28일 그는 “명의(名醫)는 정확한 환부를 단기간에 수술해 살리는 것이지 해부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반면 검찰은 블랙리스트에 따라 인사를 실시한 구체적 정황이 드러나는 상황에서 수사를 적당히 마무리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법원이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할 경우 연내 수사를 마무리하려던 검찰의 수사 일정에도 변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조만간 박병대·고영한 전 행정처장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이들은 블랙리스트 관련 문건에 서명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자세한 내용은 기억이 안 난다”거나 “밑에서 해온 대로 서명했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구속영장이 청구될 경우 영장 발부 여부를 놓고 검찰과 법원 간 갈등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