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양국이 1일(현지시간) ‘휴전’을 선언했지만 한국 경제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이유는 갈수록 높아지는 ‘비관세 장벽’에 있다. 미국이 관세를 무기로 촉발한 보호무역주의는 각국의 비관세 장벽 강화로 이어졌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가 건재하다 보니 한국의 무역환경은 여전히 불확실성에 둘러싸여 있다. 여기에다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은 ‘메이드 인 코리아’ 입지를 좁혀나가는 중이다. ‘보호무역주의’ ‘글로벌 경쟁력 하락’이라는 두 악재가 해소되지 않는 한 한국의 수출 전선 앞에 있는 가시밭길은 그대로라는 평가가 나온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미·중 협상 결과에 대해 “한국 수출에 영향이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평가했다. 한국을 대상으로 하는 직접적인 관세 인하조치가 없다는 점도 이런 진단을 뒷받침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내년에 부과키로 한 것을 안 하기로 한 정도라서 상황을 계속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한국 수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보호무역주의는 여전히 거세다. 수출할 때 필요한 인증을 까다롭게 하는 식의 기술규제(TBT)나 위생검역(SPS) 같은 비관세 장벽이 최대 걸림돌이다. 2015년만 해도 1987개였던 전 세계의 기술규제 장벽은 지난해 2585개로 2년 만에 30.1%나 급증했다. 자유무역협정(FTA)의 활성화로 낮아진 관세 장벽을 대체하는 수단으로 비관세 장벽이 떠오른 것이다.
비관세는 관세만큼 파괴력이 크지 않지만 발목을 잡기에 충분하다. 자동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산업자원통상부에 따르면 지난달 자동차 수출액은 39억71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0% 감소했다. 최대 수출시장 가운데 하나인 유럽연합(EU)의 자동차 환경규제가 타격을 안겼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동지역으로의 수출 부진까지 겹치면서 수출액을 끌어내렸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주력 수출품이 글로벌 경쟁에서 밀리는 점도 문제다. 지난달 기준으로 전체 수출액의 77.4%를 차지하는 13대 주력 품목 중 전년 동월 대비 실적이 개선된 품목은 6개에 불과하다. 스마트폰을 포함한 무선통신기기 수출액은 지난해 11월보다 42.2%나 급감하면서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경쟁자인 미국과 중국 기업에 시장을 내준 것이다.
특히 중국은 한국산 제품의 자리를 빠르게 자국산 제품으로 대체하고 있다. 지난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에도 신장세를 이어가던 대중(對中) 수출은 지난달 136억5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0% 줄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중국 수출액이 급증한 기저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한국엔 약발없다… 비관세 장벽에 불확실성 여전
입력 2018-12-03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