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밥그릇… 예산안 밀실심사 부른 ‘4조원의 비밀’

입력 2018-12-03 04:02
김정우(왼쪽)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장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자유한국당 기재위 간사인 추경호 의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지훈 기자
국회가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처리시한을 올해도 지키지 못했다. 내년 세수가 기존 정부안보다 4조원 줄어든 걸 두고 여야 논의가 파행을 거듭한 까닭이다. 왜 4조원을 놓고 여야와 정부는 팽팽하게 맞설까. ‘4조원의 비밀’은 국회 예산조정권한에 뿌리를 둔다. 감소한 세수 4조원을 국회가 메워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야당 반발이 거세다. 일부 사업비를 줄여서 다른 사업에 배정하는 ‘조정권’ 여지가 그만큼 줄어든 데 따른 불만이다. 4조원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에 대한 논의는 ‘밀실·깜깜이’라는 비판을 받는 ‘소(小)소위원회’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지출삭감, 세수조정, 국채발행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부담이 만만찮아 국회와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여야는 지난 1일부터 ‘소소위 심의체제’에 돌입했다. 지난달 30일부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의 활동시한이 끝난 데다 내년 예산안의 법정처리시한인 2일까지 수정 예산안을 도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소위는 안상수 예결위원장과 여야 예결특위 간사, 정책위의장 등이 참여하는 일종의 협의체다. 공식적 활동이 아니라서 회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는다. 속기록도 남지 않는다.

예산안이 소소위로 넘어간 이유는 ‘4조원 세수감소’에 있다. 정부는 지난 9월 470조원 규모의 예산안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이때 정부가 예상한 세입 규모는 481조원이었다. 이후 정부가 지방분권방안과 경기대응 정책을 내놓으면서 기존 세입·세출 예산안의 총량이 흔들렸다. 국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30일 발표한 지방 재정분권 정책에 따라 지방소비세가 4% 포인트 인상되면서 중앙정부 수입은 2조7000억원가량 줄어든다. 같은 달 23일 발표한 유류세 인하 영향으로 세수는 약 1조1400억원 감소한다. 4조원가량의 세금이 덜 걷히게 되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은 세수 결손이 발생한 만큼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이런 지적의 바탕에는 정부가 국회의 예산조정권한을 침범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통상 국회는 정부의 예산안을 1%(약 3조~4조원) 범위에서 손을 본다. 원칙적으로 국회는 정부 동의 없이 예산을 깎을 수 있어도 증액할 수 없다. 그래서 정부안이 넘어오면 일부 사업비를 먼저 감액한 뒤 그만큼을 다른 사업에 추가 배정하는 방식을 쓴다.

그러나 내년 예산안은 이미 세수에서 4조원 결손이 발생했다. 국회가 일부 사업비를 깎아도 줄어든 세수를 메우는 데 먼저 써야 해 ‘감액분’을 다른 사업의 예산증액으로 돌리기 매우 어려워졌다. 기획재정부 2차관을 지낸 한국당 송언석 의원이 “원래 국회 예산심의는 4조~5조원을 감액하고 나면 증액 심의를 하는 게 절차다. 갑자기 정부가 4조원을 메워 달라고 하면 도합 8조~9조원을 어디서 깎느냐”고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4조원 논란은 소소위에서도 핵심적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기재부는 국회에 대안을 제시키로 약속했었다. 세출예산안의 사업비 삭감, 다른 세수 올리기, 국채 발행이 방법으로 거론된다. 세 방안을 적절히 조합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세종=전슬기 정현수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