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지난 9월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미국 경제가 특별히 빛나는 순간에 있다”고 평가했었다. 약 두 달이 지난 지난달 30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1년 만에 인상했다. 다만 연준 같은 자신감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히려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내년 한국 경제가 ‘소비 위축’ ‘수출 둔화’라는 이중고에 빠진다는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시장으로의 자금 쏠림을 해소하려고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높아지는 이자비용에 따른 취약계층 부담 가중은 풀어야 할 숙제다.
기준금리 인상은 부자와 서민 가릴 것 없이 영향을 준다. 시중은행들은 일제히 예·적금 금리 인상을 알렸지만, 동시에 대출금리도 오르게 된다.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을 변동금리로 이용하는 경우 이자부담 증가를 피하기 어렵다. 소득이 적은 서민에게는 한층 괴로운 일이다. 2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1% 포인트 오를 때 가처분소득 대비 이자상환액 비율의 경우 소득 상위 20%는 1.6% 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반면 소득 하위 20%는 5.8% 포인트나 급증했다.
3분기 기준으로 1500조원을 넘긴 가계부채는 가장 큰 뇌관이다. 가계부채 급증세를 잡아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역설적으로 부채의 덩치가 너무 커졌다는 데 있다. 특히 꾸준히 늘어난 취약계층 대출이 최대 약점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9월 발표한 금융안정상황보고서를 보면 취약차주의 대출 규모는 2014년 74조원에서 올해 2분기 85조1000억원으로 15% 증가했다. 이들은 대출을 돌려막기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대출 한 건에 부실이 생기면 연쇄적으로 부도가 날 수 있다. 590조원으로 추정되는 자영업대출도 눈여겨봐야 할 ‘약한 고리’다. 올해 2분기 말 기준으로 자영업대출은 은행보다 제2금융권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늘었다.
취약계층이나 자영업자로 한정짓지 않아도 이자부담에 따른 가처분소득의 전반적 감소는 소비심리 위축을 부를 수 있다. 이미 이자, 세금, 사회보험료 등의 비(非)소비지출은 증가세다. 지난 3분기 전국 가구의 비소비지출은 106만5000원으로 1년 전(86만3700원)보다 23%나 늘었다. 비소비지출이 늘어나면 당연히 소비에 쓰이는 돈은 그만큼 줄게 된다. 이번 금리인상 폭인 0.25% 포인트가 대출상품 이자율에 반영되면 총 이자 증가액은 연간 2조5000억원 늘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투자증권 박정우 연구원은 “과거처럼 가계순자산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자부담이 늘어나는 것과 현재는 완전히 다르다”며 “가처분소득이 감소하고 가계자산이 정체돼 있는 상황이라 이자비용에서 추가로 증가한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다 내년 한국 경제의 수출 둔화 전망이 나오는 점도 미래를 어둡게 한다. 수출 비중이 높은 반도체 경기가 꺾일 수 있다는 전망은 치명타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반도체가 꺾이면 당연히 성장률에 영향을 많이 준다”며 “반도체 경기 둔화 가능성이 있지만 우려할 만한 급락은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금리인상이 당장 한국의 실물경제에 영향을 준다는 진단은 ‘기우’라는 반박도 만만치 않다. 여전히 기준금리 수준이 낮은 상태에 있다는 분석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지난 10월에 2%를 기록했는데, 현재 기준금리는 1.75%다. 물건 값은 2% 올랐는데 아직 금리는 2%가 안 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양대 하준경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아직도 통화정책은 상당히 완화적이다. 내수를 위축시킬 정도의 통화 긴축은 아니다”며 “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이 늘어날 수 있겠지만 더 큰 충격을 막기 위한 예방주사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성원 이경원 기자 naa@kmib.co.kr
금리 인상 여파… 내년 소비 위축·수출 둔화 ‘2重苦’ 우려
입력 2018-12-03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