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세페 제친 민간 블프… “시장에 맡겨야”

입력 2018-12-02 19:37 수정 2018-12-02 21:59
‘코리아 세일 페스타’가 정부주도형 소비 진작 정책의 한계를 확인시켜줬다면 지난 11월을 뜨겁게 달궜던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는 대안을 제시해줬다. 좋은 제품, 높은 할인율, 다양한 상품군의 3박자가 맞아떨어지면서 지난달 할인 행사에 소비붐이 일었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업계 실적이 연중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들은 지난달 1~11일 역대 최고 거래액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대규모 할인 행사를 진행한 롯데와 이마트도 높은 매출 신장률이 예상된다.

유통가에서 11월은 전통적인 비수기였다. 하지만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 중국의 광군제가 매년 기록적인 매출을 올리면서 최근 3~4년 국내 유통업계도 이 기간 대규모 세일에 동참했다. 정부가 34조5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코리아 세일 페스타(9월 28일~10월 7일)가 30~40% 할인으로 소문만 무성하고 먹을거리 없는 잔치였다는 비난을 받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롯데그룹은 10개 유통 계열사가 1조원에 이르는 물량을 풀고 ‘롯데 블랙 페스타’를 열었다. 이마트는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만들겠다”며 ‘블랙이오’ 행사를 야심차게 진행했다. 11번가는 ‘십일절’ 행사에서 지난달 11일 하루에만 10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G마켓과 옥션의 ‘빅스마일데이’ 행사에서는 11일 동안 누적판매량 3200만개, 시간당 12만개, 초당 34개의 판매 기록을 세웠다.

코리아 세일 페스타가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이유로는 국내 유통업체들의 직매입 상품이 저조한 점, 제조업체가 대거 불참한 점 등이 꼽혔다. 하지만 지난달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에서 롯데, 이마트는 자체 생산 제품 또는 직매입으로 할인 폭을 최대 70~80%로 늘릴 수 있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광군제 매출 기록을 보면서 위기감도 커졌고 자극도 많이 받았다. 올해 업계가 대규모 행사를 한 이유”라며 “시장에 맡겨뒀을 때 (소비 진작도) 가장 효과적이라는 걸 보여준 셈”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