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하는 거함’이나 다름없던 마이크로소프트(MS)가 화려하게 부활했다. 전통의 틀을 깨고 개혁과 혁신을 밀어붙인 사티아 나델라(사진) 최고경영자(CEO)가 MS를 살려냈다는 평가다.
MS는 마침내 글로벌 시가총액 1위 자리를 탈환했다. MS는 지난주 내내 미국 증시에서 애플과 시총 1위 경쟁을 벌였다. MS가 장중 애플을 추월하는 경우는 여러 번 있었지만 마감가로는 애플이 계속 시총 1위를 지켰다. 그러다 MS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주당 110.89달러로 마감해 시총 8512억 달러(약 955조464억원)로 애플(8474억 달러)을 추월했다. MS가 시총 1위에 오른 것은 2002년 이후 처음이다.
MS는 1990년대 PC 운영체제(OS) ‘윈도’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했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출현과 함께 PC 시장이 침체되자 영원할 것 같았던 ‘MS 왕국’에도 균열이 생겼다. 쇠락하던 와중에도 MS는 윈도 중심의 사업을 고집했다.
MS가 쇠퇴의 길을 걷고 있던 2014년 나델라 CEO가 취임했다. 인도 출신인 나델라는 92년 MS에 입사해 기업 대상 소프트웨어 사업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그는 CEO 취임 직후 무엇보다도 기존 MS의 틀을 깨기 위해 노력했다. 윈도에 치중하던 전략은 전면 개편해 ‘클라우드 퍼스트’ 기치를 내걸었다. 클라우드는 데이터를 인터넷과 연결된 중앙컴퓨터에 저장해 온라인에 접속하기만 하면 언제 어디서든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기술로 꼽힌다.
일단 나델라는 사무용 소프트웨어 ‘MS 오피스’를 모든 운영체제에서 구동할 수 있도록 클라우드화했다.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도 출시했다. 기업을 중심으로 클라우드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MS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안정됐다. 나델라 취임 후 5년도 지나지 않아 MS의 주가는 세 배로 뛰었다. 지난 5월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을 시총에서 넘어선 데 이어 지난 10월 1일에는 주가가 사상 최고치인 115.61달러를 찍기도 했다.
클라우드 분야는 이제 MS 전체 매출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게다가 MS는 검색엔진 ‘빙’이나 비디오 게임기 ‘엑스박스’ 같은 소비자 대상 사업도 계속 이어가고 있다. SNS ‘링크드인’도 MS의 사업 영역이다.
경쟁자를 밟고 독점체제를 유지하던 MS의 경영 스타일도 변모했다. 나델라는 다른 OS 또는 서비스와의 협력을 적극 추진했다. 그는 2014년 “리눅스를 사랑한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MS가 평소 급이 낮은 OS로 취급하던 리눅스에 손을 내밀기도 했다. IT 업계 관계자는 2일 “MS는 사업 다각화와 협력 모델 구축에 성공했다”면서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한 MS의 실적은 앞으로 더욱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클라우드 퍼스트로… 침몰하던 MS 건져올린 나델라의 혁신
입력 2018-12-03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