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1년 만의 인상’이라는 시간적 의미 외에 통화정책 방향을 비정상적 완화기조에서 긴축기조로 돌리는 계기가 될지 관심을 모은다. 4년여 동안의 1%대 초저금리 상황이 경기를 부축하는 데 도움을 줬지만, 한국경제의 ‘시한폭탄’이라고 할 수 있는 1500조원 규모의 가계부채를 해결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일단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30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상 이후에도 정책금리는 중립금리 수준에 아직 미치지 않는다”며 추가 인상의 여지를 남겼다. 이는 정부 정책의 초점이 ‘고용 부진’에서 ‘부동산 과열’로 옮겨갔고, 한은도 이런 분위기에 편승했음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추가 기준금리 인상은 한국 경제가 이를 감내할 여력이 얼마나 되는지에 달려 있다.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추가 인상의 핵심 변수로는 금융불균형 누적이 거세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의 정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 한국의 경기 회복 여부, 물가안정목표 달성 가능성 등이 꼽힌다. 이번 금통위에서 신인석·조동철 위원이 ‘금리 동결’이라는 소수의견을 제시한 데에서 알 수 있듯 한은 내부에서도 경기 상황에 대한 우려가 만만치 않다.
국제 투자은행(IB) 사이에서도 전망이 엇갈린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소시에테제네랄, 노무라증권 등은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된다고 관측했다. 노무라증권은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올해 2.7%, 내년 2.5%에 이어 2020년 2.3%로 둔화하면서 ‘국내총생산(GDP) 갭’(잠재GDP와 실질 GDP의 차이)이 마이너스로 확대(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상황)된다는 비관적 전망을 근거로 든다. 노무라증권은 고용 부진과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인플레이션율(가격상승률)도 2%를 하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소시에테제네랄은 부동산 규제 정책이 실효성을 나타내고 있는 데다 금융불균형이 추가 금리 인상의 근거로 작용할 소지가 없다는 점을 내세운다.
반면 HSBC와 JP모건 등은 2020년까지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가까스로 부합하는 수준을 보인다는 전망을 들며 각각 한 차례,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상 여력이 있다고 예측했다. 특히 JP모건은 미국 등 선진국의 실질금리가 상승하면서 한국의 중립금리도 올라 긴축정책을 시행할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선진국 실질금리와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활용해 계산할 경우 선진국 실질금리가 1% 포인트 상승하면 한국의 중립금리는 0.56% 포인트 올라간다.
한은이 금융불균형 문제 해결에 무게중심을 두는 이상 향후 경제성장세가 침체 쪽으로 기울지 않는다면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다행히 한국 경제를 짓눌러 왔던 미·중 무역전쟁이 한 고비를 넘김에 따라 하강 조짐이 보이던 수출에 긍정신호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에서 완화로 다시 선회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한은이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동훈 선임기자 dhlee@kmib.co.kr
한은, 기준금리 추가 인상 여지 남겼지만…
입력 2018-12-03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