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이탈 현상이 심상치 않다. 올해만 56만명이 알뜰폰에서 이동통신3사로 옮겨갔다. 반면 이통3사에서 알뜰폰으로 바꾼 고객은 48만명에 불과하다.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 서비스가 12월부터 시작되면서 이같은 추세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통계에 따르면 올해 1∼10월 알뜰폰에서 이통3사로 번호 이동을 한 고객은 56만117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7% 늘었다. 반대로 이통3사에서 알뜰폰으로 이동한 사용자는 48만5703명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8.7%나 감소했다. 이 기간 알뜰폰을 이탈한 가입자만 7만5469명에 달한다.
월별로 보면 지난 5월부터 알뜰폰 번호이동 가입자가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 9월에는 2만2636명이, 지난 10월에는 2만3406명이 순감하며 역대 최대 감소폭을 잇따라 경신했다.
알뜰폰 가입자 이탈의 주요 배경으로 이통3사의 요금제 개편이 꼽힌다. 이통3사는 지난 5월 말 KT를 시작으로 데이터 제공량을 늘린 요금제를 경쟁적으로 내놓았다. 특히 3만원대 요금제에서 데이터 제공량을 대폭 늘린 것이 중저가 요금제가 주요 수익원인 알뜰폰 업계에 직접적인 타격이 됐다.
해당 요금제들은 25% 요금할인을 적용할 경우 월 2만4000원대에 데이터 1∼1.3GB를 제공한다. 정부가 추진 중인 보편요금제(월 2만원대에 1GB 이상, 음성통화 200분)와 비슷한 수준이다. 여기에 결합 할인과 멤버십 혜택까지 더해지면서 알뜰폰 대신 이통사로 눈을 돌리는 고객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업계 차원의 자구 노력이 병행돼야겠지만 대형 통신사와 직접 경쟁이 불가피한 이상 가입자 이탈을 막기는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5G 서비스 상용화는 알뜰폰 업계에 치명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상반기 5G 서비스가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시작되더라도 알뜰폰 사업자들은 시간이 더 지나야 5G 서비스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통3사가 알뜰폰 사업자에게 5G 망을 빌려줄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알뜰폰은 이통사의 주파수를 빌려 써야 하는데 5G는 도매제공 의무 서비스로 지정이 안 됐다. 2011년 4G(LTE)가 상용화될 때도 도매제공 의무 서비스 지정이 늦어지면서 알뜰폰 사업자들은 1년 정도 늦게 LTE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었다.
고시 개정으로 5G가 도매제공 의무 서비스로 지정되더라도 이통사들의 5G 투자비 증가로 5G 망 도매대가 인상이 불가피하다. 업계는 이통3사의 5G 망 투자 비용이 LTE 때보다 최소 10조원 늘어난 30~40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알뜰폰 사업자들 사업 규모의 한계 탓에 5G 서비스로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점도 알뜰폰의 위기감을 확산시키고 있다. 5G 수익 모델로 꼽히는 자율주행차와 가상·증강현실(VR·AR),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첨단 서비스를 알뜰폰 업체가 자체적으로 제공하기는 어렵다. 이에 이통사와의 통신 서비스 격차가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정부도 알뜰폰 업계에 대한 지원 대책을 고심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5G 시대에 알뜰폰 업체들을 어떻게 활용할지 로드맵이라도 제시해줬으면 좋겠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이동통신 3사 요금제 개편에… 알뜰폰 이탈 심상찮다
입력 2018-12-02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