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은 아직 유치원법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다, “사유재산이라…”

입력 2018-11-30 04:00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2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용진 3법 입법 저지 총궐기대회’를 열었지만 시민들은 집회에 눈길을 주지 않고 길을 건너고 있다. 권현구 기자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사립유치원의 비리 백태를 보고 국민들은 분노했지만, 국회는 한 달이 넘도록 관련 입법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박용진 3법’을 발의했지만 자유한국당이 아직 내부 의견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립유치원들의 사유재산성을 어디까지 인정하느냐를 두고 한국당 내부에서도 이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법안 심사 일정 자체가 계속 지연되면서 한국당이 의도적으로 시간 끌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은 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 개정안을 지난달 23일 당론 발의했다. 국감에서 사립유치원 비리를 고발한 박용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이어서 ‘박용진 3법’으로 불린다.

개정안은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회계 프로그램 사용을 의무화하고 유치원에 지급되는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변경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지원금을 부정 사용하면 사법 처벌이 어렵지만 보조금을 부정 사용하면 횡령죄를 적용할 수 있다. 개정안은 교비 회계에 해당하는 수입이나 재산을 교육목적 외에는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는 내용도 담았다.

하지만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교육위원회는 제대로 논의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9일과 12일 법안 소위원회를 열었지만 한국당의 반발로 결론을 내지 못했다. 곽상도 한국당 의원은 12일 회의에서 “일부 인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사유재산 보호와 관련해서 법률적으로 검토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여야는 한국당의 요청대로 검토할 시간을 조금 더 주기로 합의했다.

법안소위가 28일 다시 열렸지만, 한국당은 이번에도 자체 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회의에 참석했다. 곽 의원은 “저희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니 기다려주시면 정리되는 대로 (한국당 안을) 발의하겠다”며 “최대한 빨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체돼 유감”이라고 말했다. 결국 교육위는 다음 달 3일 열리는 법안소위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한국당은 자체 안을 도출하는 데 진통을 겪고 있다. 29일 의원총회에서도 유치원 관련 법안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교육위 한국당 간사인 김한표 의원은 “의총에서 보고했는데 다른 의원들의 의견 개진이 있었다”며 “각 의원들 의견을 종합해서 30일까지는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의총에서 가장 이견이 컸던 지점은 사립유치원의 사유재산을 얼마나 인정하느냐 여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사립유치원이 사유재산임을 인정해 국가가 ‘시설 사용료’ 등을 지원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나라를 대신해 사유재산으로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으니 그에 합당한 보상을 해달라는 취지다. 한국당은 반발 여론이 큰 ‘시설 사용료’ 대신 시설보수 명목으로 일부 운영비를 보전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회계 투명성과 관련해서는 정부 보조금과 학부모 지원금을 구분하는 ‘분리 회계’ 방식을 도입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입법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한국당이 한유총의 눈치를 보느라 일부러 시간을 끌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 의원은 “우리가 한유총을 대변하는 기관은 아니다”며 “우리 당의 가치와 개념에 따라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간 끌기라는 지적에 대해선 “모욕적인 얘기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고서 완성된 법을 내놔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번 정기국회 안에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다음 달 3일 교육위 법안소위에서는 법안 심사를 마쳐야 한다. 민주당 안과 한국당 안을 병합 심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한국당이 사유재산성을 인정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할 경우 민주당의 반발이 불가피하다. 한국당이 추진하고 있는 분리 회계 방식도 민주당 안과는 차이가 있다.

김판 심우삼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