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끝낸 택배노조 배송업무 재개했지만 ‘노조 인정’ 싸고 택배대란 불씨 여전

입력 2018-11-29 18:52 수정 2018-11-29 21:35

1주일 넘게 이어진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파업이 29일 종료돼 배송 업무가 재개됐다. 이로써 경북·경남 등지에서 시민들의 불편함을 야기한 ‘택배대란’은 일단 정상화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노조가 CJ대한통운 등 택배회사에 노조 인정을 요구하며 2차 총력투쟁을 예고한 만큼 언제든 택배 대란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택배노조는 전날 “CJ대한통운이 파업지역 택배접수를 중단하는 이른바 ‘집하금지’ 조치를 해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며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오늘 0시부터 배송업무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앞서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이 22일부터 파업 지역에 대한 택배 접수를 중단하는 이른바 ‘집하금지 조치’를 취하자 이는 위법한 직장폐쇄에 해당한다며 회사를 검찰에 고소했다.

택배파업의 주요 쟁점은 ‘집배점(대리점)’을 중심으로 개인사업자 형태로 운영되는 국내 택배업계의 특성상 이들을 택배사 소속 노동자로 볼 것인지에 대한 시각차다. 더불어 집하 및 배송 방해의 주체가 누구인지를 놓고도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CJ대한통운은 노조 주장에 대해 “국내 택배업계는 기본적으로 집배점과 택배기사 사이의 계약관계로 운영되고 있어 원청인 회사가 조정하거나 관여하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도급업체에 대한 경영 간섭에 해당돼 하도급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또 노조의 직장폐쇄 주장에 대해선 “직장폐쇄는 근로자의 의사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근무를 못하게 막는 것인데 파업 동안 택배노조가 배송을 거부하고 대체배송도 방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번 택배대란은 지난달 말 CJ대한통운 대전터미널에서 택배분류 작업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촉발됐다. 택배노조는 업계 1위인 CJ대한통운을 주 타깃으로 처우개선 등을 주장하며 노조인정 투쟁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실제 택배 노동자들의 근무환경은 열악한 편이다. 무거운 택배 물건을 들고 내리는 상하차 아르바이트의 경우 통상 ‘극한 알바’로 통한다. 택배기사 역시 건당 받는 배달 수수료가 500∼700원으로 최대한 많은 물량을 소화해야 이득이 되는 만큼 오전부터 밤 늦게까지 일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다만 CJ대한통운의 경우처럼 휠소터(자동택배분류기) 등 자동화 시스템 도입이 늘면서 택배기사들의 상하차 대기시간, 회전율 등 업무 강도는 상당 부분 개선되고 있는 추세다. 때문에 집배점주들은 오히려 노조 소속 일부 택배기사가 정상적인 영업을 방해하고 있다며 재발방지 등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CJ대한통운 집배점주는 “기존 경북지역 택배대란 때도 택배 배송을 막아선 건 노조 소속 택배기사들이었다”며 “우리는 개인사업자고 힘들더라도 일한 만큼 버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데 노조 측의 강경 노선이 때론 이해 안 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반복되는 ‘노·노’ ‘노·사’ 갈등으로 소비자 피해만 늘고 있지만 뾰족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노·사·정이 함께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정부가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