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누락 경찰 경무관의 공개 항명 “백남기 때문인가”

입력 2018-11-29 18:31 수정 2018-11-29 21:35
29일 단행된 경찰 치안감 승진 인사에서 누락된 송무빈 서울경찰청 경비부장(경무관)이 공개적으로 인사에 이의를 제기해 파문이 일고 있다. 송 경무관은 “경찰 고위직 승진인사가 불공정하다”며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최근 유성기업 사태에서 공권력 불신을 자초했다는 비난을 받는 경찰이 내부 인사문제를 놓고도 초유의 공개항명 사태까지 벌어진 셈이다.

정부는 이날 원경환 인천경찰청장(치안정감)을 서울경찰청장으로 내정하는 등 치안정감 승진·전보 내정 인사를 발표했다.

인사 발표 직후 송 경무관은 출입기자들에게 입장문을 촬영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3년간 서울청 경비부장을 맡아 돌발성 난청을 얻을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으며 일했지만 치안감 승진에서 배제됐다”며 “인사 원칙과 기준이 타당한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송 경무관은 또 “서울청 경비부장은 ‘집회 시위 관리와 대통령 경호’가 주 임무로 주말도 없이 거의 매일 근무하는, 전국 경무관 중 근무 강도가 높은 직책 중 하나”라며 “전임 경비부장들은 1∼2년 내에 전부 승진했다”고 밝혔다. 이어 “2015년 11월 발생한 고 백남기 농민 사건이 자신의 인사누락에 관련이 있다고 본다”며 “백 농민 사건 발생 지역 외의 훨씬 더 격렬했던 지역의 집회를 관리하느라 그 지역은 개입할 여건이 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송 경무관은 “현 경찰고위직 승진 인사는 정치적으로 예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2014년 경무관 승진 이래 치안성과 평가 4년 연속 최우수 등급(S)을 받았다. 지역과 입직 경로에 따라 안배하는 현 인사시스템을 업무난이도와 업무성과 등을 기준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경무관은 이날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이날 치안감 승진 인사에선 김진표 경찰청 대변인, 노승일 경찰청 과학수사관리관, 김재규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 조용식 서울경찰청 경무부장 4명이 승진했다.

치안정감 인사에선 이용표 경남청장이 부산청장에, 이상로 대전청장이 인천청장에 각각 내정됐다. 이번 인사로 치안정감 6명은 경찰대 출신 3명(이상정 경찰대학장·임호선 경찰청 차장·이용표)과 간부후보생 3명(원경환·이상로·허경렬 경기남부청장)으로 구성됐다.

서울경찰청장에 원 청장이 내정된 것은 민갑룡 경찰청장이 본인은 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 문제에 집중하고 서울 치안은 경비·경무 분야 전문가인 그에게 맡긴다는 구상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있다. 원 내정자는 서울청 101 경비단장, 서울청 경무부장, 경기청 4부장, 경찰청 경무(국무조정실 대테러센터 파견) 등을 지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