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노동 정년 60세에서 65세로? 대법원의 공개변론

입력 2018-11-29 18:26 수정 2018-11-29 21:36

‘육체노동이 가능한 나이(가동연한)’는 몇 살까지 일까.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9일 이른바 ‘가동연한’을 기존 만 60세에서 65세로 높이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에 대한 공개변론을 열었다. 대법원은 1989년 가동연한을 60세라고 판단한 후 30년 가까이 이 기준을 유지했다. 그런데 최근 하급심에서 가동연한을 65세로 판단하는 사례가 속속 나오자 ‘교통정리’에 나선 것이다. 가동연한이 몇 살인지 중요한 이유는 사고 등으로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된 사람의 손해배상액을 계산할 때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이번 공개변론은 4세 아이가 수영장 사고로 숨져 운영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상고심과 40대 남성이 추락사고로 숨져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상고심에 대해 진행됐다. 수영장 사고 사건의 원심은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추락사고 사건의 원심은 가동연한을 만 65세로 판단했다.

수영장 사고 사건에서 원고측 대리를 맡은 노희범 변호사는 1989년과 비교할 때 평균수명이 늘고 고령 노동의 수요도 증가하는 등 사회·경제적 상황이 많이 변화됐다며 가동연한을 이제 65세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변호사는 “우리 국민의 평균기대수명이 2016년 기준 82.4세다. 1989년 당시보다 무려 10세 이상 증가했다”며 “경제·산업 규모도 변화해 고령 노동 수요가 늘었고, 고령노동자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1989년 9.3%에서 2018년 21.1%까지 증가했다는 통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오래 살고, 그만큼 고령 노동 수요도 늘었기 때문에 법원도 일할 수 있는 나이의 상한을 연장해서 봐야 한다는 취지다. 노 변호사는 또 “외국의 사례를 봐도 이제는 60세를 유지하기 어렵다”며 “미국 법원은 통상 65세, 독일과 일본은 67세를 가동연한으로 본다”고 했다.

이에 대해 피고측 대리인 김재용 변호사는 “가동연한 연장은 시기상조여서 60세를 유지해야 한다”며 노 변호사의 주장을 반박했다.

김 변호사는 “평균기대수명이 증가했다고 하지만 건강수명은 오히려 감소했다”며 “2012년 65.7세에서 2016년 64.9세로 나온다”고 주장했다. 건강수명은 평균수명에서 질병이나 부상으로 몸이 아픈 기간을 제외한 기간을 말한다. 30년 전에 비해 오래 사는 건 맞지만 건강하게 사는 기간은 되레 줄어들었다는 취지다. 그는 고령 노동자의 취업률이 높아진 것은 최근 혼인 시기가 늦춰지면서 자녀의 생활비 등을 부담하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며 자발적 수요가 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동연한을 높이면 법적 정년도 덩달아 연장될 텐데 사회적 합의 수준이 낮은 상황이어서 국민과 기업, 정부에 부담을 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했다.

선고 시기는 공개변론 후 3∼6개월이 지나 선고가 이뤄지는 선례로 볼 때 내년 상반기가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안대용 기자 dan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