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고재갤러리와 현대갤러리 등 메이저 화랑에서 30∼40대 2세들의 경영이 본격화되며 전시 작가군도 젊어지고 있다.
개관 30주년을 맞은 학고재갤러리는 서울 종로구 본점에 이은 청담점을 최근 마련했다. 개관전으로 지난 23일부터 영국의 ‘영 브리티시 아티스트(yBa)’ 출신 피오나 래(55)의 개인전을 시작했다. 학고재는 1988년 인사동에서 고미술에 기반을 둔 화랑으로 출발했다. 1995년에 지금의 삼청로로 사옥을 확장했고, 2008년부터 컨템퍼러리 미술을 적극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학고재 청담점은 우찬규(61) 회장의 차남인 우정우(31)씨가 대표를 맡았다. 우 대표는 대학에서 미술사를 전공하고 지금은 문을 닫은 학고재 상하이점을 전담하며 경영 수업을 받았다. 이제 청담점을 통해 경영 수업을 넘어 본격적인 경영 행보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우 대표는 “학고재가 현대미술을 취급한 지 10년이 되는 시점이라 도약이 필요했다”며 “청담점은 30∼40대 컬렉터들이 좋아할 만한 국내외 젊은 작가를 소개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오나 래는 1988년 영국에서 프리즈전을 통해 부상한 yBa의 일원이다. 데미안 허스트, 줄리안 오피 등이 대표적인 yBa 작가들이다. 피오나 래는 동화와 만화 등 대중문화에서 영감을 얻어 구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경쾌한 이미지의 회화작업을 한다. 이런 가운데 삼청로 학고재 본점에서도 이례적으로 청년작가전을 여는 등 젊은 작가 조명이 활발해지고 있다.
명실상부한 상업화랑 1호로, 박명자(75) 회장이 1970년 문을 연 갤러리현대도 2세의 행보가 강화되는 모양새다. 최근 구관과 신관에서 모두 40대 젊은 작가의 전시가 열려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통상 구관에서는 창립자인 박 회장이 기획한 원로작가 작품전이, 신관에서는 차남 도형태(49) 대표가 기획한 30∼40대 젊은 작가를 주로 소개했다. 그런데 신관에서 박민준(47) 작가의 ‘라포르 서커스’가 지난달 24일부터 열리고 있는 와중에 ‘어머니 전시장’인 구관에서 이슬기(46) 작가의 개인전 ‘다마스스’가 이달 중순 개막했다. 박 작가는 가상의 서커스단을 서양 회화의 전통으로 녹여낸 ‘마술적 리얼리즘’을,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하는 이 작가는 한국의 누비이불에서 영감을 얻은 추상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35년 역사의 서울 종로구 가나갤러리도 지난 5월 서울 용산구 가나갤러리 한남점을 오픈함으로써 2세 체제를 강화했다. 창업자인 이호재(64) 회장이 2014년부터 일선에서 물러나고 여동생인 이옥경(57) 부회장이 옥션을, 장남인 이정용(40) 대표가 화랑을 맡아왔다. 이 대표가 새로 오픈한 한남점은 전속 작가군에 젊은 피를 수혈하는 통로가 되고 있다. 개관전에 파격적으로 대학생 작가인 미국 시카고예술대학 장유희(27) 개인전을 여는 등 30∼40대 위주의 신진 작가 등용문이 되고 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2세 경영 닻올린 화랑가, 전시 작가들이 젊어진다
입력 2018-11-30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