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0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체코 원전 수주전이 3년 만에 재개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한국 기업의 원전 수주 문제를 논의했다. 바비시 총리는 일단 긍정적 입장을 내비쳤지만 아직 발주 계획조차 잡히지 않은 상태여서 수주 가능성은 예측 불허인 상태다.
자유한국당은 국내에선 원전을 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왜 밖에 가서 원전을 파느냐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체코 프라하의 한 호텔에서 바비시 총리와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브리핑에서 “양 정상은 체코 원전 건설 사업에 대해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우수한 기술력과 운영·관리 경험을 보유한 우리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 달라”고 요청했고, 바비시 총리는 “한국 기업의 아랍에미리트(UAE) 바카라 원전 사업 성공 사례를 잘 알고 있으며, 원전 안전성 기술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양 정상은 원전 사업과 관련해 상당한 상호 이해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실제 정상회담에서는 바비시 총리가 꽤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체코 원전 사업은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체코를 방문해 ‘한·체코 원전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논의의 물꼬를 텄다. 이어 문 대통령이 이번에 체코를 재방문해 논의를 본격화한 것이다.
하지만 우호적인 회담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장밋빛 전망은 이르다. 바비시 총리는 원전 발주 시기조차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다. 체코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친러시아 및 친서방 기류가 강하다. 따라서 바비시 총리의 발언이 입찰 경쟁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적 발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향후 입찰 경쟁국의 상황 변화 등을 지켜보며 면밀하게 시장 상황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체코 원전은 이르면 내년 말쯤 발주가 이뤄질 전망이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원전 세일즈 외교에 대해 “동네에서 냉면 한 그릇을 팔아도 지켜야 할 상도의가 있는 판에 ‘나 같으면 안 먹을 텐데 너나 먹으라’는 식으로 장사를 해선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체코 국민 앞에서는 원전이 최고라 하면서 우리 국민 앞에서는 원전을 없애야 한다는 자기모순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따졌다.
프라하=강준구 기자, 심우삼 기자 eyes@kmib.co.kr
3년 만에 재개된 체코 원전 수주전, 수주는 불투명
입력 2018-11-29 18: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