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유총의 적반하장 집회

입력 2018-11-30 04:05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2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모든 사립유치원을 폐원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한마디로 대국민 협박이고 적반하장이다. 이번 집회는 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 등 ‘유치원 3법’에 반대하기 위해 열렸다. 3법은 사립유치원 지원금 횡령 시 처벌이 가능토록 하고 징계 받은 유치원장이 유치원 이름만 바꿔 다시 개원하는 것을 방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다수 국민이 찬성하고 있다.

그러나 한유총의 주장은 국고 지원금으로 명품백을 사든 말든 처벌하지 말라는 얘기다. 이들이 내세우는 논리 중 하나는 사유재산 존중이다. 사회주의 국가처럼 사유재산을 존중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은근히 색깔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어느 사회든 비리에 연루된 사유재산은 존중받기 어렵다. 사립유치원은 유아교육법상 학교이고, 각종 세제 혜택과 지원을 받는 비영리 교육기관이다. 세금으로 조성된 정부 지원금을 사적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 이들의 협박에 굴복하지 말고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

집회에는 경찰 추산 3000명이 참석했다. 한유총은 각 유치원에 학부모를 2명 이상 집회에 데려오도록 할당했다. 아이들을 유치원에 맡기는 학부모 입장에서는 유치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비리를 저지른 사립유치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듯 한유총은 집회에서 불우이웃돕기 모금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불우이웃돕기는 안 해도 좋으니 국고 지원금을 횡령하지 말아야 한다. 이들은 정부가 사립유치원에 시설 사용료(임대료)를 보상하라는 무리한 주장을 펴기도 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다음달 3일 3법을 심사·처리할 계획이다. 더 이상 시간을 끌 이유가 없다. 예정대로 처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