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KT 아현지사 화재로 발생한 통신장애로 피해를 본 시민들이 집단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기존 판례 등을 고려할 때 법원에서 배상을 인정받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관련 소송이 가시화될 조짐을 보이자 대형로펌들은 KT측 법률 자문을 위한 수임 경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포털사이트에선 손해배상을 논의하기 위한 KT 통신장애 피해자 모임 카페들이 개설됐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전날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 대한 법률 지원에 나설 것”이라며 집단소송 제기를 시사했다. 소상공인들은 이번 사고로 결제 단말기 등을 사용하지 못해 영업 손실이 극심하다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피해는 발생했지만 소송을 통해 배상을 받는 과정은 쉽지 않다. 우선 통신장애가 발생한 원인, 즉 화재에 KT의 과실이 있는지를 증명해야 한다. 법무법인 지평의 장품 변호사는 “화재 발생 원인에 KT의 과실 책임이 있다는 것이 입증돼야 한다”며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한 소방당국의 조사가 참고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를 제기한 당사자가 ‘어떤 손해를 얼마나 입었는지’를 밝히는 것도 과제다. KT가 피해 가능성을 알 수 있었다는 점도 입증해야 한다. 민법은 손해배상의 범위에 있어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피해자의 상황에 따라 커질 수 있는 손해)는 손해를 입힌 쪽이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해 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대형로펌의 A변호사는 “예를 들어 어떤 곳에서 행사를 열기로 하고 전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는데, 공급자 책임이 아닌 이유로 불이 나 전기 공급을 하지 못하고 행사도 취소됐다면 전기료에 해당하는 금액이 통상손해가 된다”면서 “행사와 관련해 발생한 비용은 특별손해라고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점은 2014년 SK텔레콤의 대규모 통신장애 피해관련 소송에서도 그대로 적용됐다. 대리기사 등 시민 23명은 그해 3월 발생한 SK텔레콤의 통신장애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며 1인당 10만∼20만원씩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다. 하지만 1·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패소했다. “SK텔레콤이 약관에 따른 보상과 손해배상을 모두 이행했고, 발생한 손해도 특별손해여서 배상 책임이 없다”는 것이 패소 판결의 이유였다.
이런 점에서 피해자들이 소송을 내더라도 보상관련 합의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B변호사는 “이미 판례가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소송을 준비하더라도 KT와 피해자측이 적정 수준의 (보상액)합의를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대형로펌들은 KT측을 수임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A변호사는 “굴지의 대형로펌 여러 곳이 KT와 접촉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안대용 조민영 기자 dandy@kmib.co.kr
KT 통신장애 집단 소송 나서는 소상공인들, 배상 인정은 머나먼 길
입력 2018-11-29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