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우리 기술로 만들 예정인 우주발사체 ‘누리호’ 개발에 청신호가 켜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누리호에 쓰일 75t급 엔진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한 1단형 시험발사체가 28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됐다고 밝혔다. 계획대로 2021년 누리호를 발사하기까지의 중요한 고비 하나를 넘은 셈이다.
발사 10분 전인 오후 3시50분부터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시험발사체는 오후 4시 정각 하늘을 향해 발사됐다. 엔진 연소시간은 151초를 기록해 성공 여부를 가리는 과기정통부의 최소 목표치 140초를 넘었다. 시험발사체는 최대고도 209㎞에 이른 뒤 발사지점 429㎞ 떨어진 제주도 남동쪽 공해상에 떨어졌다. 총 430초간 비행했다. 과기정통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등은 누리호 개발을 위한 세부 데이터를 이번 발사에서 수집할 계획이다.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발사 뒤 기자회견에서 “연소시간과 도달고도, 낙하지점 등이 예상범위 안에 들어왔다”면서 “더 자세한 데이터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종합적으로 볼 때 발사가 성공적으로 수행됐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번 시험발사는 일반적인 발사체 개발과정에선 이례적인 일이지만 국내 개발 경험이 부족한 점을 감안해 시행됐다. 실제 비행환경을 실험해봐야 한다는 취지다. 애초 지난달 25일로 예정돼 있었으나 열흘 전인 16일 연료와 산화제를 탱크에서 엔진으로 주입하는 ‘추진제 가압계통’에서 압력이 줄어드는 이상 현상이 발견돼 일정이 늦춰졌다. 경험이 축적된 항공우주과학 선진국은 지상연소시험만으로 이를 대신한다.
누리호는 순수 국내기술로만 개발하고 있어 이른바 ‘한국형 발사체’로 불린다. 중형급으로 분류되는 1.5t급 실용위성을 고도 600∼800㎞ 저궤도에 투입 가능한 3단형 발사체다. 75t급 엔진 5기가 장착된다. 누리호가 성공적으로 개발되면 이후 75t급 엔진 10여기를 한데 묶어 5t급 대형위성을 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엔진에 붙는 급수는 해당 무게를 들어 올릴 수 있는 힘을 의미한다.
항우연의 계획대로면 2021년 2월에는 실제 위성과 같은 무게의 ‘더미(dummy) 위성’을 실은 누리호가, 같은 해 10월에는 성능검증위성을 실은 누리호가 발사된다. 하지만 이후에도 독자적 위성 발사까지는 갈 길이 멀다. 정부는 이듬해 발사체의 신뢰도 향상을 위해 1차 시험위성을 발사체에 실어 보낸 뒤 2023년 차세대 중형위성(검증위성)을 실어 발사한다. 2024년에도 차세대 소형위성을 발사할 예정이다.
노태성 인하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누리호가 2021년 성공적으로 발사된다면 우주산업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첫 관문을 통과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선진국이 독점한 우주산업 시장에서 미래 먹거리를 확보할 가능성을 여는 데 의의가 있고 첩보위성을 독자적으로 띄울 수 있어 자주국방 실현의 의미도 있다”고 덧붙였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누리호, 목표 연소시간 140초 돌파, 2021년 본발사 청신호
입력 2018-11-28 18:30 수정 2018-11-28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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