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 속 혁신’ 통해 구광모 체제 기틀잡기

입력 2018-11-28 18:27 수정 2018-11-28 21:31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취임 이후 첫 정기 임원인사에서 ‘안정 속 혁신’을 택했다. 그러면서 지주회사인 ㈜LG의 역할을 강화해 ‘구광모 체제’를 안착시키기 위한 기틀을 잡았다.

LG그룹의 28일 인사로 권영수 ㈜LG 부회장과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내년에도 자리를 지키게 됐다. 전문경영인 부회장단 6인 가운데 앞서 교체된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을 제외하고 5명이 유임됐다. 14년째 지휘봉을 잡은 차 부회장은 유통업계 최장수 최고경영자(CEO) 타이틀을 유지했다. 그동안 계열사 사업을 파악하며 인사를 저울질한 구 회장은 부회장단 유임을 통해 조직 안정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구 회장은 사장단 및 임원진 교체를 통해 혁신을 주문하는 실리적인 선택을 했다. 특히 ㈜LG는 사장급 1명을 포함해 외부에서 인재를 3명 영입했다. 지난해에는 외부에서 인사를 영입하지 않았다. 구 회장은 홍범식 전 베인&컴퍼니코리아 대표를 경영전략팀장(사장)으로, 김형남 전 한국타이어 연구개발본부장을 자동차부품팀장(부사장)으로, 김이경 전 이베이코리아 인사부문장을 인사팀 인재육성담당 상무로 끌어왔다.

이번 인재 수혈은 구 회장의 ‘뉴(NEW) LG’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LG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 대해 “신규 임원 대거 발탁 등 미래성장을 이끌어 갈 인재 풀 확대와 철저한 성과주의 원칙, 외부 인사 적극 영입을 통한 역량 보강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그간 인수·합병(M&A)에 상대적으로 보수적이었던 LG가 적극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홍범식 사장은 베인&컴퍼니코리아에 재직하며 다양한 산업 분야의 포트폴리오와 성장전략, M&A, 기업혁신 등에 대한 다수의 프로젝트를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LG가 그룹 차원에서 미래 먹거리로 꼽고 있는 전략 사업인 전장부품 부문 강화도 예상된다. 자동차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김형남 부사장이 이를 진두지휘할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구 회장은 계열사 간 의사소통을 확대해 상호 시너지 확대에도 힘쓸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각 계열사에서 경험이 많은 주요 임원들을 대거 지주사로 이동시켰다.

그룹 전반적으로는 2004년 GS 등 계열분리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인 134명의 상무를 대거 발탁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다. 전체 승진자의 약 60%가 이공계 출신으로 엔지니어 등 기술인력이 중용된 것도 눈에 띈다. LG전자 홍보를 총괄해온 전명우 전무가 경영지원그룹장(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임원인사를 마친 구 회장은 상속 문제도 속도감 있게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이번 주 안으로 선친인 고(故) 구본무 회장으로부터 받은 ㈜LG 및 LG CNS 주식에 대한 상속세를 신고하고, 1차 상속세액을 납부할 예정이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