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불법 무차입 공매도 행위에 철퇴를 내렸다. 외국인 투자자인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이 75억원대 과태료를 부과 받았다. 금융회사에 부과된 과태료로는 사상 최대 액수다.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엄벌이 필요하다는 개인투자자 및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28일 정례회의를 열고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에 과태료 75억48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은 지난 5월 401억원 규모의 상장주식 156종목을 무차입 공매도해 규정을 위반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이 없는 상태에서 매도하는 투자 방법이다. 주식을 빌린 후 매도하는 게 차입 공매도다. 아예 빌리지도 않고 파는 건 무차입 공매도인데 현행법상 불법이다. 그런데 현행 주식거래 시스템에서는 기관투자가가 공매도 주문을 낼 때 실제 빌린 상태에서 주문을 내는지 확인이 어렵다. 기관이 빌렸다고 하면 주문을 중개하는 증권사는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간 금융 당국은 무차입 공매도에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다는 비판을 받았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금융위원회 등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무차입 공매도로 제재를 받은 금융투자회사는 71곳이었다. 45곳이 주의 처분을 받는 데 그쳤고, 26곳이 과태료 처분을 받았지만 최대 액수는 6000만원에 불과했다. 개인투자자들은 솜방망이 처벌로 무차입 공매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분노해 왔다.
앞서 지난 5월 30∼31일 골드만삭스증권 서울지점은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 미국 뉴욕지점으로부터 주식 공매도 주문을 받았다.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은 코스피 13개 종목, 코스닥 83개 종목에 공매도 주문을 냈다. 중복 주문을 합쳐 이틀간 156종목을 공매도했다. 그런데 해당 주문은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이 주식을 빌리지 않은 상태에서 낸 무차입 공매도였다. 결국 주식결제일인 6월 1∼2일 41종목 245만주가 결제되지 못했다. 주식을 산 사람이 주식을 못 받는 사태가 발생했다.
금융 당국 조사 결과 회사 측의 주식대차시스템이 허술했고, 내부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는 등 총체적 문제가 드러났다. 직원이 기관에 주식 대여 요청을 해야 하는데, 차입 결과를 적는 곳에 주식 수량을 잘못 적었다. 대여 요청 메뉴와 차입 결과를 적는 메뉴가 한 화면에 구성돼 있어 실수에 취약했다. 내부통제도 미흡했다. 전화·메신저를 통해 주식을 빌리기로 한 경우 시스템에 임의로 수량을 적으면 실제 주식을 빌려온 것으로 인식됐다.
유례가 없는 과태료가 부과된 배경에는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처벌이 더 강화돼야 한다는 개인투자자들의 목소리가 있었다. 불법 무차입 공매도를 근절하려면 과태료뿐만 아니라 징역 등 형사처벌까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앞서 국회 국정감사에서 “현행 과태료 외에 앞으로 형사처벌, 과징금 부과까지 가능하도록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무차입 공매도’ 골드만삭스에 사상 최대 75억 과태료
입력 2018-11-28 19:09 수정 2018-11-28 2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