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얼음판 위 선구자… 공격적인 팀 만들 것”

입력 2018-11-29 04:01
김도윤 수원시청 여자아이스하키팀 감독이 28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선수촌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수원=권현구 기자
국내 첫 여자아이스하키팀인 수원시청 선수들이 지난 1일 임용식에서 결의를 다지는 모습. 수원시 제공
한국 최초의 여자 아이스하키 실업팀 지휘봉을 잡은 김도윤(38) 수원시청 감독은 요즘 정신 이 하나도 없다. 다음 달 20일 열리는 팀 창단식 준비뿐 아니라 선수들 훈련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는 초중고 대학은 물론 실업팀이 전무했다. 국가대표팀이 유일한 아이스하키 팀이었다. 그러나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남북 단일팀으로 인기몰이를 한 덕분에 수원시청 창단의 결실을 맺게 됐다. 갈곳 없던 선수들은 어엿한 직업을 갖게 된 것이다.

28일 경기도 수원시체육회 선수촌에서 만난 김 감독은 “국내 첫 여자 실업팀 감독이 됐는데, 저나 선수들이나 책임감이 크고 마음이 무겁다”면서도 “여자 실업팀의 선구자 역할을 한다는 생각에 설렘도 가득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감독은 남자 아이스하키 안양 한라에서 현역시절을 보냈고, 지난 4년간 여자 대표팀 코치를 역임했다. 창단 과정이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선수 인프라가 넓지 않아 폭넓은 스카우트를 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다만 “선수들과 4년간 호흡을 맞춰 장단점을 잘 알고 있다. 제가 생각하는 팀 컬러를 입히기에 적합하다”라고 힘줘 말했다. 팀의 경기 스타일에 대해서도 이미 생각해놨다. “공격적인 아이스하키를 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려면 전방부터 상대 공격을 끊어내는 체력이 중요하기에 이 부분에 가장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선수단은 선수촌에 머물고 훈련은 수원 탑동 아이스하우스에서 한다. 2021년 수원광교호수공원 내 전용 아이스링크장이 완공되면 훈련장을 옮긴다.

현재 수원시청 선수는 11명. 주장 한수진을 필두로 최지연 이연정 조수지 박종아 고혜인 박채린 한도희 등 평창올림픽의 주역들이 대거 합류했다. 전 국가대표 임진영 박종주 안근영도 수원시청에 입단했다. 김 감독은 “평창올림픽에 큰 목표를 두고 운동을 하다 끝나서 한때 선수들의 동기부여가 떨어졌다”며 “이젠 팀에 소속돼 운동에 집중하니 각자 새 대회에 나가 성적을 내겠다는 의욕이 강하다”고 전했다.

아직 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어서 선수단은 분주한 상황이다. 이날 새 운동장비와 유니폼이 선수단에 지급됐다. 팀 엔트리를 내년 6월까지 18명으로 확대하고 남자 중학교 리그와 동호회 수준인 여자 클럽팀 리그에 참가할 계획도 내비쳤다.

김 감독은 여자 아이스하키가 평창올림픽의 열기를 이어가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대표팀은 올림픽이 끝난 지난 4월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B 대회(3부 리그)에서 준우승했다. 이후 대회 없이 공백기를 보냈고 국민적 관심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최근 국가대표 선수들이 평창올림픽을 이끈 세라 머리 감독의 재계약을 반대, 물러나게 한 것도 악재였다. 선수 기용, 전술 운용 등 문제를 두고 생긴 갈등이 터진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선수들을 비난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좋은 기억은 아니지만 그 상황에 놓인 선수나 지도자 모두 힘들었다”면서 “지난 일은 잊고 새 목표를 이루기 위해 모두가 운동에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일단 팬들에게 우리 팀의 존재를 알리는 게 중요하다. 어린 선수들이 자라나 실업팀에서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또 수원시청의 비상을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국내 첫 여자 실업팀으로 선수들이 책임감있게 열심히 할 것”이라며 “우리를 알리고 실력도 키워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팀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수원=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