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8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김정만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의 ‘사법농단’ 의혹 수사가 양 전 대법원장으로 한 발 더 다가섰다는 분석이다.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단(단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서울 서초동에 있는 김 변호사의 사무실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대법원 업무 관련 자료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김 변호사가 2014년 법원행정처가 옛 통합진보당 잔여 재산 가압류 사건 재판을 놓고 청와대와 ‘거래’한 과정에 관여했다는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3∼2015년까지 양 전 대법원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김 변호사는 양 전 대법원장의 핵심 측근으로 꼽힌다. 그는 올 초 변호사로 개업했다.
검찰은 김 변호사가 당시 재판 개입에 관여한 배경에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관련 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앞서 옛 통진당 의원들이 낸 지위확인소송의 경우 대법원에 판단 권한이 있다는 내용의 행정처 지침이 양 전 대법원장에게 보고된 뒤 해당 재판부에 전달된 정황을 확인한 바 있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 행정처장을 지낸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을 이미 소환 조사한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직접 조사 방안을 놓고도 시기와 방법 등을 검토하고 있다.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 ‘키맨’인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은 다음 달 10일 열린다.
한편 이날 안철상(사진) 현 행정처장이 “아무리 병소(병이 난 자리)를 많이 찾는다고 하더라도 해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사실상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다. 현 대법원의 주요 책임자가 ‘사법농단 의혹’ 수사와 관련해 검찰을 공개 비판한 건 처음이다.
안 처장은 출근길에 ‘김명수 대법원장 화염병 테러 사건’이 사법 불신에 근거했다고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 점도 깊이 있게 생각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명의(名醫)는 환부를 정확하게 지적해 단기간 내 수술을 해서 환자를 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은 최근 검찰이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관련 대법원의 자체 진상조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살피겠다는 입장을 밝힌 이후 나온 것이다. 검찰 수사가 현 사법부까지 겨냥하는 국면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대법원은 3차례 진상조사 끝에 지난 5월 “블랙리스트는 실체가 없다”고 최종 결론을 냈다. 안 처장은 마지막 조사를 맡은 특별조사단 단장이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비서실장, ‘최측근’ 김정만 변호사 압수수색
입력 2018-11-28 18:46 수정 2018-11-28 2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