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치를 누르면 하늘이 보이는 ‘돔슬라이딩 개폐식 지붕’이 교회 유휴 공간 활용법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돔슬라이딩’은 철제 뼈대 위에 두꺼운 원단을 얹어 만든 지붕으로 스위치를 조작해 열고 닫을 수 있다. 지붕이 열리는 공간은 건물 용적률(대지면적에 대한 건축연면적)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교회 옥상, 앞마당 등 유휴 공간에 지붕을 얹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지난 24일 경기도 부천 길과빛교회(배철 목사)를 찾았다. 이곳은 돔슬라이딩 개폐식 지붕을 설치한 대표적인 교회다. 교회는 한 동이지만 2층과 1층 건물이 붙어 있는 구조다. 2층 옥상은 아이들 놀이공간으로 활용했지만 1층 옥상은 거의 버려진 공간이었다. 지붕이 없다보니 그냥 방치됐다. 간이 테이블이나 의자를 놓고 모임 장소로 쓰려했지만 관리가 어려웠다. 비 오면 대책이 없어 창고로 활용하기도 어려웠다. 지붕을 설치하자니 비용도 만만치 않았고 용적률 제한 때문에 할 수가 없었다.
2012년 배철 목사는 ‘지붕을 열었다 닫았다 하면 그 공간이 용적률에 포함되지 않고 설치비도 저렴하다’는 전문가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실행에 옮겼다. 교회 옥상에 이를 설치하고 그 공간을 소그룹 예배실, 식당으로 활용했다.
이날 배 목사는 다른 일정으로 부재중이어서 교회 집사인 김원곤(47)씨가 안내했다. 김 씨가 1층 옥상의 한쪽 면에 설치된 스위치를 조작하자 지붕 한쪽이 열리기 시작했다. 지붕 천이 접히면서 반대쪽 방향으로 이동했다. 5분도 안 돼 지붕이 모두 열렸다. 일본의 개폐식 돔 구장인 ‘후쿠오카 돔’의 축소판 같았다.
김 씨는 “당시 소그룹 공간이 부족해 크게 애를 먹었는데 개폐식 지붕을 설치해 이를 해결했다”며 “지붕이 있기 때문에 음향, 조명시설이 비에 젖을 염려도 없다”고 했다. 이어 “내구성도 뛰어나 지난 6년간 고장 난적도 없고 지붕의 천이 찢어지면 그 부분만 교체할 수 있어 유지보수 비용도 적다”고 덧붙였다.
돔슬라이딩 개폐식 지붕 전문가인 김동국 ㈜동아스페이스시스템 대표도 동행했다. 김 대표는 3년 걸려 이를 국산화했다. 그가 개발한 돔슬라이딩 개폐식 지붕은 지붕 원단과 뼈대가 튼튼하고, 개폐하는 데 사용되는 바퀴, 모터가 반영구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야외웨딩을 위한 시설로 전국 상당수 예식장의 옥상에 많이 설치했다. 경기도 가평군재활용센터, 충북 제천 상수도 시설 등 관공서에도 납품했다.
김 대표는 “개폐식 지붕은 이미 일반 건축물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 시설의 장점을 알게 된 많은 교회들이 설치를 문의하고 있다”며 “요즘은 기술이 발전해 닫힌 공간으로 사용할 때는 밀폐감도 뛰어나 소음이 적고 난방 효율도 좋다”고 했다. 이어 “스위치 조작이 쉽고, 무엇보다 설치비가 일반 지붕 공사에 비해 상당히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부천=글·사진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교회 옥상에 개폐식 지붕 얹으니… 예배실·식당·놀이 공간으로 변신
입력 2018-11-29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