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나누는 기업] 기업의 사회적 책임, 선택 아닌 필수가 됐다

입력 2018-11-28 20:53

기업의 핵심 가치는 이윤 추구에 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기업이 성장하기 어렵다. 돈만 잘 버는 것으로는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힘들어졌다. 기업이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와 시의적절한 사회 활동이 기업을 평가하고 가능성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로 쓰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은 사회에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져주기도 한다. 주요 대기업들은 CSR을 전담하는 조직을 만들어 운영하면서 사회공헌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사회공헌의 방식도 다양해져 과거에는 금전기부가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대기업이 앞장서서 사회적기업을 육성하거나, 그룹 내 공익재단을 통한 다양한 공공활동에 나서는 추세다.

사회공헌을 통해 CSR을 강화하는 건 시대의 흐름에 순응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기업에 가장 중요한 ‘자본’이 단순히 기업이 CSR을 이행하는지 여부를 따지는 시대를 넘어 CSR이 기업의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올해 도입된 ‘스튜어드십 코드’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들이 기업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때 따르는 지침이다. 최근까지 기관투자자들은 우량 기업에 자산을 투자해 수익만 거두는 수동적인 자본의 역할에 주력했다. 그 결과 수익은 올렸을지 몰라도 국내에선 특히 기관투자자가 대기업 이사회의 ‘거수기’ 역할을 해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의결권 지침에서 가장 비중을 두는 부분이 바로 CSR이다. 의결권을 행사할 때 CSR의 방향에 맞는지 아닌지를 고려하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본격적으로 스튜어드십 코드에 가입하면서 기업들이 긴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민연금이 지분의 5% 이상을 보유한 주요 기업 숫자만 190여개에 이른다. 국민연금이 이사회에서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낼 경우에 대비해 기업들은 더욱 사회공헌에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최근 이른바 ‘행동주의펀드’들이 적극적으로 대기업의 주식을 매입하며 전면에 나서는 배경에도 CSR이 있다. 이들 펀드는 사회공헌이 현저하게 적거나 기업의 운영방식이 CSR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 총수 교체 요구까지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모 대기업의 경우 총수 일가가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뒤 불법 행위에 대한 검찰의 집중 수사 등이 이어지면서 그룹이 해체 수준까지 이른 상태”라며 “특히 주요 대기업들은 2∼3세 경영인으로의 경영승계가 한창 이뤄지는 시점이라 승계의 정당성을 보다 강화하는 차원에서라도 사회공헌에 더 많은 비중이 실릴 것”이라고 밝혔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