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중순으로 예정된 자유한국당 차기 원내사령탑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군이 속속 압축되고 있다. 당 주변에서는 친박근혜계와 비박근혜계의 대결 구도로 펼쳐졌던 과거 선거들과 달리 이번 선거에서는 비박계인 나경원(4선) 의원과 김학용(3선) 의원 간 대결로 좁혀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아직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 후보가 결정되지 않은 데다 계파 간 대립구도가 선명하지 않아 선거 판세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27일까지 원내대표 선거 도전 의사를 나타낸 인사는 6명 안팎이다. 친박계에서는 유기준(4선)·유재중(3선) 의원이 도전장을 냈고, 비박계에서는 나경원(4선)·강석호·김영우·김학용(이상 3선) 의원이 출마 의사를 나타냈다. 당초 출마 가능성이 거론됐던 심재철(5선)·홍문표(3선) 의원은 불출마로 선회했다.
비박계 가운데 강 의원과 김학용 의원은 최근 김 의원으로의 후보 단일화에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의원은 이르면 28일 후보 단일화를 선언할 예정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인 김 의원은 ‘바른정당 복당파’ 핵심인 김무성 의원의 최측근으로 강인한 대여투쟁력이 강점으로 꼽힌다. 다만 탈당과 복당 이력은 약점으로 거론된다.
비박계와 달리 친박계에서는 단일화 논의가 좀처럼 힘을 얻지 못하는 분위기다. 친박계 사이에서 비박계인 나 의원을 지지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인지도가 높고, 탈당 이력이 없는 점이 지지 요인으로 꼽힌다. 나 의원은 최근 공개석상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 결정에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계파 갈등이 격화되는 당내 분위기와 맞물려 “친박도, 바른정당 복당파도 나서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나 의원 지지세도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유기준 의원은 나 의원과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나 의원과 저는 지금까지 같은 족보였던 적이 없다. 억지로 단일화하는 것은 물과 기름을 섞는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만 ‘러닝메이트 구인난’ 때문에 선거 구도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비박계 원내대표들 사이에서는 친박계나 잔류파 의원들 중 재선 의원을 중심으로 러닝메이트 후보를 물색하는 움직임이 활발하지만, 아직 모든 후보가 정책위의장 후보를 확정하지 못했다.
한 재선 의원은 “당내 선거의 속성상 선거 당일 후보들의 연설을 듣고 나서야 누굴 찍을지 결정하는 의원들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원내대표 후보는 “국회의원은 도무지 속을 알기 어려운 최악의 유권자”라고 토로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나경원일까 김학용일까, ‘포스트 김성태’ 깜깜이 표심
입력 2018-11-27 18: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