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통합 동남노회 파행 후유증 … 목사 안수 12명 ‘계류’

입력 2018-11-28 00:04
김수원 서울동남노회 신임 노회장이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노회 정상화를 위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왼쪽부터 서울동남노회 이용혁 서기 직무대행, 여병찬 본석교회 목사, 김 노회장, 김동흠 부노회장, 안장익 회록부서기.

여병찬(53) 여주 본석교회 목사는 지난 1월 교회에 부임했지만 정식 담임목사가 아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서울동남노회의 파행으로 담임목사 청빙청원이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 목사는 “교회건축으로 매달 229만원의 원금과 이자를 지출하지만 지난 9월부터 이를 상환하지 못하고 있다”며 “교회 법인의 대표 자격을 얻지 못한다면 다른 대출의 길도 막힐 것”이라고 우려했다.

본석교회 성도 28명 대부분은 70대 이상의 여성으로 대출할 형편이 안 된다. 월 헌금은 150만원 정도. 결국 여 목사 스스로 카드 대출을 받아 빚을 갚고 있다. 여 목사는 “교회 대표자가 없기에 연말정산 서류를 떼어줄 수도 없고 개척 교회로서 토지 명의변경 등 행정적 업무도 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동남노회비대위원장 김수원 목사는 27일 “여 목사와 같이 노회 파행으로 처리되지 못한 담임목사 청빙청원은 8건”이라며 “합법적인 노회장이 없기에 정상적인 노회라면 일주일이면 해결할 문제를 1년 넘게 집행 못했다”고 밝혔다.

노회에 계류된 목사안수 건도 12건이다. 안수를 받지 못한 이들은 정상적인 노회원으로 활동할 수 없다. 목사 안수를 받기 위해 거쳐야 하는 전도처 설립 허락 청원 3건도 다뤄지지 못했다.

교회 설립과 이전 폐쇄 청원은 각각 3건씩 처리되지 못했다. 원로목사 추대(1건)와 담임목사 연임(25건), 부목사 연임(69건), 부목사 청빙(38건)도 계류돼 있다. 장학위원회의 교역자 자녀 장학금 보조 청원 건도 9건으로 미자립교회 자녀들의 장학금마저 제때 지급되지 못할 위기에 있다. 장로 선택 허락 청원은 4건이 계류돼 있다. 평생 교회에서 봉사를 했지만 장로 직분으로 섬기지 못하고 만 70세로 은퇴하는 이가 생길 수도 있다.

노회 파행은 명성교회를 둘러싼 갈등에서 비롯됐다. 김 목사는 명성교회 세습 청빙을 반려한 이유로 노회장을 승계하지 못했다. 총회 재판국이 지난 3월 김 목사의 노회장 승계를 막아선 동남노회 임원 선거를 무효로 판결했지만 소용없었다.

지난달 30일 열린 제75회 정기노회에서 명성교회 세습에 반대하는 일부 노회원이 고대근 직전 노회장의 산회 선언을 받아들이지 않고 김 목사를 신임 노회장으로 추대했다. 하지만 직전 노회 임원들은 노회 사무실을 폐쇄하고 인수인계를 거부했다. 김 목사가 통합 총회 임원회에 임시 노회 소집을 요청했지만 임원회는 고 전 노회장과 김 목사의 합의 없이는 노회 소집이 불가하다고 통지했다.

글·사진=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