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지막 황제’를 만든 세계적 거장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77·사진) 감독이 암 투병 끝에 26일 별세했다. 베르톨루치 유족은 “베르톨루치가 로마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1941년 이탈리아 파르마에서 태어난 베르톨루치는 ‘냉혹한 학살자’(1962)로 데뷔한 뒤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1972) ‘리틀 부다’(1993) ‘몽상가들’(2005) ‘너와 나’(2012) 등 여러 수작을 연출했다. 특히 마지막 황제(1987)는 88년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작품상과 감독상 등 9개 부문을 휩쓸었다.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이탈리아 감독은 베르톨루치가 처음이었다. 그는 2007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명예 황금사자상, 2011년 칸 영화제에서는 명예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영화 제작에 전념하기 위해 대학교까지 중퇴한 그는 시인이자 영화감독인 피에르 파올로 파솔리니의 조감독으로 일한 경력도 있다.
베르톨루치는 초창기 이탈리아의 파시즘을 다룬 영화들로 주목받았다. 이후 영화에선 그의 관심사였던 성(性) 정치학이 등장했다. AP통신은 “베르톨루치는 영화 산업의 상업적 논리에 맞서 언제나 자신만의 영화를 완성시킨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이탈리아 라 레푸블리카는 “20세기 중반 스크린을 수놓은 마지막 영화 거장이 무대 뒤편으로 사라졌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베르톨루치는 말년 들어 성추문에 휩싸이기도 했다.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의 여자 주인공이었던 마리아 슈나이더가 영화를 촬영한 지 30여년이 흐른 뒤 베르톨루치가 강간 장면을 합의 없이 찍었다고 폭로한 것이다. 하지만 베르톨루치는 “동의가 없었던 부분은 강간 장면이 아니라 해당 장면의 소품 사용 여부”라고 해명한 바 있다.
2003년 척추 디스크 수술을 받은 그는 10여년간 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영화 ‘마지막 황제’ 만든 伊 베르톨루치 감독 별세
입력 2018-11-26 2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