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골프채나 흔들며 당에 몹쓸 짓”… 친박에 직격탄

입력 2018-11-26 18:18

자유한국당 한쪽에서 비상대책위원회의 인적 쇄신 기조에 반기를 드는 조짐이 보이자 김병준 위원장이 “나를 시험하지 마라”며 경고했다. 친박(친박근혜)계 일부 의원 입에서 ‘분당론’ ‘신당창당론’까지 언급되자 강경 대응을 예고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계파·진영 갈등에 기대 정치생명 연장을 꾀하려는 인사들을 직권으로 정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26일 비대위 회의에서 “원내대표 선거와 전당대회를 앞두고 어떻게 해서든 계파대결 구도를 다시 살려 덕을 보려는 시도들이 있다”며 “심지어 분당론까지 얘기가 나오는데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런 시도들은 결코 성공할 수 없으며, 용납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밖에 나가 특정 계파나 지역을 타깃으로 한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퍼뜨리고 있는데, 비대위와 비대위원장을 시험하지 마라”고 강조했다. 그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의 결정과 관계없이 비대위원장 권한을 행사하려 한다”며 직접 ‘쇄신의 칼’을 들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구체적 방법을 묻는 질문에는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방안은 당협위원장 임명을 안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김성태 원내대표 역시 “비대위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하루 빨리 전당대회나 열라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가 전권을 부여한 비대위에 모든 힘을 결집시켜야 한다”며 김 위원장을 지원 사격했다. 김 원내대표는 “하반기 국회에서 예산과 민생 경제를 위한 특단의 의정활동이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비대위를 비판하고 주말에는 원외 위원장들과 골프채를 흔들면서 몹쓸 짓을 하는 그런 행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특정 의원을 정면 비판했다.

당 지도부가 강공책을 꺼낸 것은 2개월여 남은 비대위 체제가 성과물을 내놓으려면 비대위를 흔들려는 움직임에 밀려서는 안 된다는 절박감 때문으로 보인다. 당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부임한 이후 당 좌표 설정 등 혁신을 추진해 왔는데, 지금은 인적 쇄신의 중요 국면이기 때문에 더욱 그립을 잡고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한국당의 새로운 정치 지향점을 담은 ‘아이 폴리틱스(I Politics)’ 모델을 구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 폴리틱스는 개별 국회의원들이 계파의 일원으로서가 아니라 양심적 헌법기관으로 활동하는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의원들이 현안이나 과제별로 연계해 활동하는 식이다. 김 위원장은 최근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의 대항마로 한국당의 국민성장론을 구체화한 ‘아이노믹스’를 발표했으며, 조만간 통일 문제에 대한 담론도 발표할 예정이다. 이후 정치 분야의 새로운 모델인 아이 폴리틱스를 구상하고 있다는 뜻이다. 당 관계자는 “의원들이 어느 계파의 일원으로 계파의 보호를 받으며 그 울타리 안에서 생활하는 것이 아니라 독립된 헌법기관으로서 소신과 철학, 정견을 갖고 의정활동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