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마케팅 혜택 비용을 자영업자들이 부담’ 판단

입력 2018-11-27 04:00 수정 2018-11-27 08:58
한국마트협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불공정 카드수수료 차별 철폐 전국투쟁본부’ 회원들이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정부의 카드수수료 인하 결정을 환영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권현구 기자
“민간소비 지출의 70%를 차지한다면 사실상 독과점적이다. 다른 저비용 결제 수단을 가로막는 요인이라면 과도한 경쟁을 지양해야 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26일 카드수수료 개편방안의 취지를 설명하는 말미에 이같이 말했다. 2007년부터 이미 10차례 인하된 카드수수료를 재차 내릴 수 있게 만든 핵심 동력은 결국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이었다. 정부는 카드사가 내건 각종 혜택의 비용을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인하 여력’으로 봤다. 이 인하 여력의 크기는 1조4000억원이며, 이를 220만 소상공인 가맹점이 나눠 가지면 일자리, 소득증대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정부는 기대한다.

나아지지 않는 경기 속에서 높아지기만 한 소상공인들의 아우성은 정부의 결단을 재촉했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임차료, 인건비, 카드수수료를 빼면 순이익이 없다는 동네 상인들의 토로가 자주 언급됐다.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가맹점주 집회에서는 월세보다 높은 수수료를 카드사에 내고 있다는 식당 주인의 절규가 컸다. 아무리 큰 고객이 중요하다지만 동네마트가 2.5%의 수수료를 낼 때 대형마트가 1.8%만 부담하는 건 과연 올바르냐는 ‘역진성’ 성토도 드높았다.

할인 마케팅 비용으로 돌려받는 부분까지 고려하면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이 실질적으로 1%에 미달하는 수수료를 내 왔다는 점은 자영업자들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 금융위와 중소벤처기업부는 카드수수료가 낮아져야 할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마케팅 비용을 겨냥하기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카드수수료 부담 완화 방안을 마련토록 지시하자 카드업계에서는 부가서비스의 단계적 축소에 기반한 개편방안이 발표되리라고 짐작하는 분위기였다.

실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그간 “소비자의 카드 혜택은 어려운 가맹점에서 나온다” “(소비자가) 열심히 써서 공짜표가 생긴 것을 가맹점 수수료로 충당하는 것”이라는 발언들로 마케팅 비용 절감을 통한 수수료 인하 방안을 예고했다. 부가서비스 이용은 정작 대형 가맹점에서 이뤄지지만 중소형 가맹점이 역진적인 부담을 진다는 것이 금융 당국의 문제의식이었다.

개편방안에서 연매출 5억∼30억원 규모의 가맹점들에 대한 지원책이 우선 강구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의 경우 기존에 인하 혜택을 받아온 영세 가맹점보다 오히려 소외됐다는 지적이 컸다. 금융위 관계자는 “연매출 10억원부터 30억원까지의 구간에 자영업자의 33%가 몰려 있었다”고 설명했다.

핀테크(금융·기술 결합 서비스) 발달이라는 금융의 흐름도 이날 개편방안 발표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비중은 여전히 낮지만 카드 결제시스템의 혁신은 조용히 진행 중이다. 카드를 통하지 않은 소비도 가능하다는 인식이 점점 커지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함께 추진하는 ‘제로페이’는 다음 달부터 시범사업이 이뤄진다. QR코드(격자무늬 바코드)를 찍으면 고객 계좌에서 가맹점 계좌로 바로 돈이 이체되는 방식이다.

금융 당국은 카드수수료의 인하, 핀테크 결제수단의 확대로 업황이 나빠질 카드사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빅데이터 관련 서비스의 활성화를 지원하는 방안, 고객 의사를 확인한 뒤 선택적으로 영수증 출력이 가능하게 하는 방안 등이 ‘당근’으로 거론된다. 최 위원장은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데 신용카드사가 동참해야 하지만, 신용카드사에만 맡기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론을 펴 왔다.

이경원 나성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