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한국프로농구(KBL) 국내 신인선수 드래프트가 열린 26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 1, 2라운드 상위 지명이 끝나고 드래프트 막바지로 접어들었다. 이상민 삼성 감독은 3라운드 7순위 지명권을 행사하기 위해 단상에 올랐다. 그의 입에서 강바일(23·191.8㎝)이란 이름이 나왔다. 예상치 못한 지명에 다소 얼떨떨해한 강바일은 이 감독으로부터 유니폼을 받아 입은 뒤에야 현실을 깨달은 듯했다. 그는 순탄치 않은 과거가 생각난 듯 다소 상기된 채 “이 자리에 오기까지 몽골에서 뒷바라지해주신 부모님께 사랑한다는 말씀을 전한다”고 소감을 남겼다.
강바일은 몽골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한국에 이민을 왔다. 초등학교 시절 농구공을 잡았고 나름 실력을 보이면서 농구 명문 중앙대에 입학했다. 하지만 2학년을 마친 뒤 농구를 그만 뒀다. 주전 경쟁이 결코 쉽지 않아서다. 강바일은 “점점 시합에 나가지 못하다 보니 답답했다. 운동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강바일은 이후 레스토랑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했다. 하지만 평생의 꿈을 쉽게 버리지 못했다. 지난해 몽골 프로팀의 제안을 받고 다시 농구를 했다. 올해는 한국 3×3 농구 프리미어리그 PEC 팀, 그리고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3×3 몽골 농구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강바일은 아시안게임 한국전에서 15점을 넣어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올 1월 귀화한 강바일은 “한국에 다시 오겠다는 마음으로 농구의 끈을 놓지 않았다. 계속 하다보면 기회가 생길 거라 믿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번 드래프트에 도전, 끝내 프로선수가 됐다. ‘코리안 드림’이 이뤄진 것이다. ‘바트바야르’라는 몽골 이름을 바꾼 강바일은 “팀에 보탬이 되는 슈터로 성장해 내 이름을 알리겠다”고 다짐했다.
가드 서명진(19·부산 중앙고)은 이날 전체 3순위로 울산 현대모비스에 지명됐다. 2015 드래프트 3순위로 지명된 포워드 송교창(전주 KCC)에 이어 KBL 사상 두 번째 고졸 신인이다. 서명진은 “최고가 되고 싶다는 각오로 남들과 다른 길을 선택했다. 이 길이 험한 것을 잘 알지만 꼭 완주하겠다”고 약속했다.
1라운드 7순위로 삼성에 지명된 센터 김한솔(24·상명대)의 사연도 독특하다. 그는 농구명문 용산고-연세대를 거쳤지만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 농구를 그만둔 뒤 일반 대학생의 삶을 살다 이상윤 상명대 감독으로부터 ‘다시 해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농구에 미련이 남았던 김한솔은 상명대에 편입한 뒤 팀을 올해 대학농구리그 4강, 전국체전 준우승으로 이끄는 활약을 펼쳤다. 그는 “기쁨을 표현하기 어렵다. 쓸 만한 선수로 팀에 녹아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부산 KT는 전체 1순위로 고려대 포워드 박준영을, 안양 KGC는 2순위로 동국대 가드 변준형을 뽑았다. 신인선수들은 다음 달 6일 정규리그 3라운드부터 출전 가능하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몽골서 귀화한 강바일, 프로농구 ‘코리안 드림’
입력 2018-11-26 18:41 수정 2018-11-26 2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