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50% 파괴… 교회가 생태 지킴이 되는 게 대안”

입력 2018-11-27 00:01
예장 녹색교회협의회 소속 목회자들이 26일 경기도 용인 고기교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뒤편 십자가 옆 ‘예장 녹색교회협의회 총회’ 글씨는 고기교회 성도들이 색색의 낙엽 부스러기를 풀로 붙여 만들었다.

녹색목회를 꿈꾸는 목회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교회가 생태 지킴이로 거듭날 방법을 모색했다. 녹색목회는 파괴된 창조세계를 회복하고 보전하기 위해 교회 공동체 신앙을 다시 가다듬는 목회를 뜻한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 사회봉사부 산하기관인 예장 녹색교회협의회는 26일 경기도 용인 고기교회에 모여 정기총회를 열었다. 예장 녹색교회협의회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기독교환경운동연대가 선정한 녹색교회 가운데 통합 교단에 소속된 30여개 교회의 협의체이다.

예장 녹색교회협의회 운영위원장인 백영기 충북 청주 쌍샘자연교회 목사가 예배를 인도했다. 백 목사는 도심 재개발 유혹을 등지고 시골에 들어가 쌍샘자연교회에서 생태목회를 펼치고 있다(국민일보 10월 18일자 26면 참조). 찬송가 478장을 함께 불렀다. ‘참 아름다워라/ 주님의 세계는/ 저 솔로몬의 옷보다/ 더 고운 백합화’ 가사가 녹색교회 주제와 잘 어울렸다.

용인 고기교회 안홍택 목사가 설교를 맡았다. 고기교회는 경기도 용인 광교산 숲 북쪽 자락에 위치한 자연 속 교회다. 교회 근처 습지에서 아이들이 가재 반딧불이 도롱뇽을 만나는 생태교실 ‘처음자리’를 연다. 지은 지 40년 넘는 예배당 건물은 66㎡(20평)의 작은 규모로 신발을 벗고 방석에 앉아 예배를 드린다. 하지만 교회 옆 ‘밤토실 어린이도서관’은 1만2000권 넘는 장서를 갖추고 마을주민의 사랑방 구실을 한다. 도서관 확장을 위해 사택까지 반납했다. 안 목사는 “도서관은 자본의 간섭에서 벗어나 아이와 어른은 물론 노인들까지 진심으로 만날 수 있는 구심점”이라고 말했다.

예장 녹색교회협의회는 내년 5월 대전 장태산휴양림에서 정책 워크숍을 여는 한편 6월엔 ‘몽골 은총의 숲’을 방문하기로 했다. 몽골 은총의 숲은 기독교환경연대가 주축이 돼 기후변화로 인한 사막화를 방지하기 위해 몽골의 토브 아이막 아르갈란트 솜 지역에 조성한 숲을 일컫는다.

오후에는 범교단 단체인 녹색교회 네트워크의 주최로 경안신학대학원대 박성원 총장이 ‘생태문명에 기반한 녹색목회 비전’이란 주제로 강연을 했다. 박 총장은 “지구 나이가 45억년인데 이걸 인간 나이 45세로 친다면, 인간이 지구에 온 건 불과 4시간 전이고 산업화 진행은 딱 1분이며 이 1분 안에 지구의 50%가 파괴됐다는 글을 봤다”고 했다. 이어 “교회가 생태 지킴이로 거듭나는 일 말고는 대안이 없다”고 강조했다.

용인=글·사진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