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들이 잇따라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나섰다. 이달 초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경제성장률을 2.6%로 낮춘 데 이어 산업연구원도 같은 의견을 내놨다. 투자와 소비가 줄어드는 점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하락세를 떠받쳐줄 수출 기상도가 흐려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전년 대비 6%대 성장을 보이고 있는 수출은 내년이면 3%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국내 경기에 영향이 큰 산업일수록 예상 점수가 더 안 좋다. 경제 전반에 노란불이 켜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연구원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로 내다본다고 26일 밝혔다. 경제 3대 지표 중 생산을 제외한 투자, 소비 모두 올해보다 둔화한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올해 성장률도 2.7%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 6월 전망치(3.0%)보다 0.3% 포인트나 낮췄다. 그만큼 경기가 악화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린 것이다.
특히 건설업 영향이 컸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로 올해 건설 투자는 전년 대비 2.7% 줄어들 전망이다. 산업연구원은 내년에 낙폭이 더 클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대비 3.1% 감소하면서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릴 것이라는 평가다. 내수도 뒷받침을 해주지 못한다. 위축된 소비심리가 내년까지 이어지면서 민간 소비는 올해 대비 2.6%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정권교체기의 불안한 상황이 반영됐던 지난해와 같은 수준의 증가폭이다.
수출도 심상치 않다. 올해 수출액은 전년 대비 6.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 반면 내년에는 3.7% 늘어나는 데 그칠 것이란 전망이다. 수출을 견인해 왔던 13대 주력 품목이 전반적으로 둔화할 조짐을 보이는 게 문제다. 올해만 해도 전년 대비 30.9%나 수출액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도체의 경우 내년 증가세가 9.3%에 그칠 전망이다. 글로벌 수요 증가가 기대되는 이차전지 역시 올해 전망치(17.6%)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인 8.6%의 수출액 증가가 예상됐다.
고용유발 효과가 크고 후방산업 영향이 큰 자동차나 디스플레이 같은 산업의 부진으로 국내 경기 부양 효과가 줄어든 점도 문제다. 자동차의 경우 글로벌 수요 감소 영향으로 올해(-1.8%)에 이어 내년에도 수출 규모가 0.2% 줄어들 거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수출이 국내에 미치는 효과를 늘리려면 고용유발 효과가 더 큰 중소·중견기업의 수출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KDI에 이어 산업연구원도 내년 성장률 2.6%로 하향조정
입력 2018-11-26 1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