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꼬깃꼬깃 모은 용돈을 해마다 동네 초·중·고교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내놓자, 학교재단에서는 감사의 식사를 대접해 초겨울 날씨에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지난 24일 낮 전북 전주시 동산동에 있는 전북중학교 식생활관. 하얀 머리의 노인들과 손주뻘되는 학생들이 정담을 나누며 맛있게 점심식사를 했다. 노인들은 이날 학교법인 훈산학원으로부터 초대를 받은 귀한 손님들. 허인욱(82) 회장을 비롯해 120여명의 동산동 노인회원들은 이날 뜨끈한 갈비탕을 먹고 소화제 1상자를 선물 받았다. 더불어 학교 선생님들과 학생들로부터 연신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를 받았다.
노인회원들은 2016년 10월부터 한푼 두푼 모은 돈을 마을 내 조촌초등학교와 전북중·우석고·전북여고 4곳의 학교에 전달해 왔다. 이들은 첫해 550만원을 기부한 데 이어 지난해와 올해에도 같은 액수를 전했다.
3년간 이들 학교에 기부된 돈은 모두 1650만원. 장학금은 매년 초등교생 10명에게 10만원씩, 중·고교생은 학교별로 5명에게 30만원씩 전해졌다. 그동안 75명의 학생이 혜택을 받았다.
이 같은 일은 조용히 이뤄졌으나 뒤늦게 소식을 전해들은 훈산학원 윤여웅(68) 이사장이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 한다며 사비를 들여 ‘어르신 점심 모시기’ 시간을 마련했다. 훈산학원은 전북중과 우석고·전북여고를 운영하고 있다.
윤 이사장은 “인정이 메말라가고 이기적인 세태가 넘쳐나는 시대이지만, 손자·손녀들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어르신들이 십시일반 모은 장학금을 통해 아이들은 세상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허인욱 노인회장은 “보답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지만 오늘 감동스러운 자리에 앉아보니 큰 보람을 느낀다”며 “따뜻한 나눔의 교류가 계속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송민아(전북여고 1년)양은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장학금을 받았으니 열심히 공부하고 훌륭한 사회인으로 성장해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인사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노인들 장학금 쾌척… 재단, 감사의 식사 대접
입력 2018-11-26 2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