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소위원회가 늑장 가동된 탓에 상당수의 쟁점 예산에 대한 논의를 ‘소(小)소위원회’로 떠넘기고 있다. 소소위는 교섭단체 간사 3인과 기획재정부 차관만 참여하는 회의체로 ‘밀실 심사’의 대표 사례로 지적받아 왔다. 국회가 헌법으로부터 부여받은 예산 심의 권한을 스스로 무력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예결위 예산소위는 2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여성가족위원회 등의 예산안에 대한 감액심의를 이어갔다. 하지만 시간이 촉박한 탓에 예산소위 위원들은 합의가 어려운 남북협력기금·각 부처 특수활동비·일자리 관련 예산 등 쟁점 예산을 ‘보류’ 처리하고 있다. 이날 열린 소위에서도 여야는 남북 교류 관련 예산을 놓고 공방을 벌이다 끝내 결론을 짓지 못했다. 보류 처리되면 사실상 소수의 구성원만 참여하는 소소위에서 논의하게 된다. 소소위는 28일에 예정돼 있다.
예결위는 예산소위 구성이 지연되면서 일정이 미뤄졌기 때문에 소소위에서의 논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예결위 관계자는 “소위 구성이 워낙 늦어져 예산안 처리가 법정 시한을 맞추기 어렵겠지만 소소위에서 최대한 시한을 맞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의원들 사이에서도 소소위로 예산 심의를 넘기는 것에 대한 반발이 나온다. 이장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23일 “예산 심의란 것이 국회의원의 권한인데 무조건 소소위로 넘기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시간이 걸려도 더 논의해야지 간사들에게 전권을 주면 국회의원은 뭐하는 사람들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법에 명시된 소위와 달리 소소위는 법적인 근거가 없어 회의가 비공개로 진행되고 회의록도 남지 않는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2월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실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소소위에서의 예산 심의 과정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입법조사처는 당시 “간사에 의한 예산 증액은 대표성의 측면에서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예산 증액을 결정하는 절차와 방법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알 수 없어 문제가 된다”고 밝혔다.
예결위가 소소위에 얹혀가게 된 이유는 가뜩이나 쟁점이 많은 슈퍼예산에다 올해 예산소위 가동 시점 자체가 늦어졌기 때문이다. 당초 여야는 지난 15일부터 예산소위를 가동할 예정이었지만 소위 구성 인원을 놓고 대립하다 22일에야 첫 회의가 열렸다. 2014년 국회 선진화법 시행 이후 가장 늦게 꾸려진 것이다. 16명의 예산소위 위원들은 본회의가 예정된 30일까지 예산안 심의를 마쳐야 한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쟁점 예산 줄줄이 小소위로 초치기·밀실 심사 불 보듯
입력 2018-11-25 18:33 수정 2018-11-25 2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