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전셋값 떨어진다는데… 체감은 “글쎄”

입력 2018-11-26 04:00

부동산 시장 침체가 각종 통계 수치에서 지속적으로 감지된다. 한 달째 하락하고 있는 강남4구 집값에 힘입어 서울 아파트값은 최근 2주 연속(0.00→-0.01→-0.02%) 떨어졌다. 서울 전셋값 역시 2010년대 들어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등 시장은 온통 적신호 일색이다. 하지만 정작 실수요자들은 이 같은 부동산 시장 안정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럴까.

업계 리포트와 언론 보도, 시장 체감수치 모두 오류는 없다. ‘상대성’에 기인한 일종의 착시효과가 수요자들을 헷갈리게 만들고 있을 뿐이다. 1년 넘게 무섭게 올랐던 매매·전세 가격 상승폭에 비해 집값 조정폭이 여전히 미미하다는 의미다.

실제 서울 아파트값만 놓고 봐도 최근 반년간 한국감정원의 주택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지난 4월부터 10월까지 0.31→0.21→0.23→0.32→0.63→1.25→0.51%로 변동폭이 컸다.

반면 감정원이 집계한 11월 3주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매매가격은 0.02% 하락, 전세가격은 0.06% 하락했다. 그마저도 서울(-0.01→-0.02%)은 소폭 하락에 그쳤고, 서울 규제의 풍선효과로 경기도와 인천 등 수도권은 상승폭(0.02%)을 유지했다.

9·13, 9·21 부동산 대책의 효과는 11월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시장 가격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다만 ‘버블붕괴 급락’을 예고한다고 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여론이 많다. 집값이 많게는 2∼3배씩 뛴 지역이 적지 않은데 최근 몇천만원 조정으로는 실수요자들이 언론의 하락반전 보도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도 주택담보대출 부담을 완화시켜 집값 하락을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다주택자들이 본격적으로 집을 내놓지 않고 관망하고 있는 것도 가격 하락 체감을 어렵게 한다.

전세시장도 마찬가지다. 짧은 기간 수천만원씩 오르는 전세대란 염려는 잡혔지만 여전히 높은 전세가격은 서민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2016년 5월 대비 올 5월까지 서울에서 전셋값이 가장 많이 오른 종로의 경우 기간 내 상승률이 27%에 달했다. 하지만 하락폭은 0∼1%대에 그쳤을 뿐 아니라 통상 2년인 계약기간을 고려하면 계약 당시에 비해 여전히 ‘올라도 너무 올랐다’는 푸념이 나오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각종 리포트를 통해 최근 부동산 정체를 내년에 도래할 가격 하락의 전조로 해석하고 있다. 다만 대부분 정부 정책목표이자 일각에서 기대하는 대규모 하락 조정보다는 강보합세 정도를 예상한다. 업계 관계자는 “수요자들이 부동산 안정을 시장가격으로 체감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