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화재로 교회 사역도 ‘OFF’

입력 2018-11-26 00:01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성결교회(신건일 목사)는 24일 오후 교회 유선 전화와 인터넷이 일시에 먹통이 됐다. 이날 충정로 KT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에서 발생한 화재 때문이었다.

교회는 예정된 성경공부와 중고등부 모임 등을 진행했지만 결석자 확인이 어려웠다. 통신장애가 발생하면서 교회 홈페이지도 열리지 않았다.

이 교회 담임 신건일 목사는 “토요일은 교회가 주일을 준비해야 하는 가장 바쁜 날”이라며 “통신이 멈추면서 주일예배 자료를 교회 사무실에 보낼 수 없어서 USB 저장장치에 담아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화가 되는 일부 직원이나 부목사와 통화해 일일이 말로 (자료 내용을) 주고받았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신 목사는 매주 토요일 주일예배 자료를 교회 사무실로 보낸다. 자료는 주보에 들어갈 내용을 비롯해 부목사나 교회 직원과 공유해야 할 사항들이다. 이번 일로 중요한 자료 공유가 늦어지면서 큰 불편을 겪었다.

화재가 난 건물과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서대문구 아현성결교회(조원근 목사)는 25일 주일 아침부터 주차대란을 겪었다. 전날 발생한 KT 아현지사 화재로 소방차를 비롯해 통신 케이블 차량이 교회 입구를 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교회는 전날 교인들에게 공지하려 했으나 인터넷이 안 돼 속수무책이었다.

교구나 구역 신자와의 전화 통화도 어려웠다. 신촌 지역 교회의 한 부목사는 “KT에 가입된 구역 신자들과 동료 목회자에게 전화하기가 어려웠다”며 “주일을 앞두고 전화로 확인할 게 많았는데 답답했다”고 말했다. 그는 “토요일마다 전화로 심방하는 경우도 많은데 신자들의 상황을 모르니 안타까웠다”고 했다.

주말 KT 아현지사 화재로 서울 중구 용산구 서대문구 마포구 은평구 일대에서 통신 대란이 이어지면서 이곳 교회들의 사역에도 적잖은 차질이 빚어졌다. 25일 서대문구 일대 교회들의 유선전화는 여전히 불통이었다. 해당 지역 교회에 전화를 걸면 “현재 가입자의 전화기가 꺼져있거나 네트워크 접속이 끊어져 연결할 수 없다”는 알림소리가 나왔다. 특히 인터넷을 활용한 선교와 복음전파 사역, 교회의 공지나 중요 자료를 활용하는 교회들의 불편이 컸다.

신 목사는 “교회 인근 KT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 연기를 눈으로 봤는데 교회 업무까지 마비될 줄은 전혀 몰랐다”며 “앞으로 또 있을 수도 있는 이런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방책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교회 상당수는 인터넷을 활용해 목회자의 설교를 업로드하거나 교회 소식을 적극 홍보하면서 선교에도 활용한다. 최근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서도 다양한 사역을 전개하면서 인터넷 의존도가 커지고 있다. 통신망 두절 등의 사고가 돌발적으로 발생하면 교회 선교 사역이 막힐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교회정보기술연구원 원장 이동현 목사는 “국가기간 통신망이 사고가 날 경우 교회로서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며 “인터넷 의존도가 높아지는 교회로서는 대비책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상목 황인호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