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바람의 아들, SON

입력 2018-11-25 19:09
손흥민이 25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2019 프리미어리그 첼시와의 경기에서 팀의 세 번째 골을 성공시킨 후 환호하는 관중석으로 달려가고 있다. AP뉴시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리그 마수걸이 골에 대한 여진은 강력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개막 후 106일 만에 나온 골을 두고 ‘올해의 골’ 후보라는 찬사가 뒤이었다. 올 시즌 거듭된 혹사 논란 속에 보낸 2주간의 달콤한 휴식이 모두를 놀라게 하는 ‘원더 골’로 연결됐다.

손흥민은 25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첼시와의 2018-2019 프리미어리그 13라운드에서 팀 승리를 확정하는 세 번째 쐐기 골을 터뜨렸다. 그의 올 시즌 리그 첫 골이자,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뛴 154경기에서 기록한 50번째 골이었다. 분데스리가 함부르크(20골), 레버쿠젠(29골)에서의 골까지 합치면 유럽 무대 100번째 골에 단 한 골만을 남겨두게 됐다.

무엇보다 골을 만드는 과정이 눈을 떼기 힘들 정도로 완벽했다. 후반 9분 팀 동료 델레 알리의 전진패스를 중앙선 부근에서 받은 손흥민은 오른쪽 라인 부근에서 50m 가까이 몰고 갔다. 첼시의 조르지뉴가 따라붙었지만 스피드에서 밀렸다. 다비드 루이스가 다시 쇄도했지만 손흥민이 오른발로 접어 이마저도 따돌렸다. 결국 상대 필드 플레이어 5명, 이적료 1000억원의 케파 골키퍼가 버티고 있는 골문을 열어젖히는 왼발 슈팅으로 리그 첫 골을 장식했다.

이날 골은 후반에 터졌지만 손흥민은 2주간의 휴식에 보답이라도 하듯 전반부터 몸놀림이 가벼웠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엔드라인까지 파고드는 돌파를 시도하하더니 전반 9분 크리스티안 에릭센과 주고받는 패스로 골키퍼와 맞서는 슈팅을 때렸다. 전반 12분, 전반 추가 시간 슈팅 역시 케파의 선방에 막히긴 했지만 날카로웠다.

손흥민의 맹활약은 현지에서도 크게 주목 받았다. 프리미어리그 홈페이지 메인 화면은 ‘눈부신 손흥민의 골이 토트넘의 멋진 승리를 마무리했다’는 제목의 기사가 장식했다. 축구 통계업체 스쿼카는 손흥민에게 가장 높은 평점 9점을 주고 “올 시즌 최고의 골 후보에 오를 만한 골을 터뜨렸다”고 극찬했다. ESPN은 에릭센, 알리(이상 9점)에 이어 8점을 부여했지만 “자신의 흐름으로 첼시 수비를 끊임없이 괴롭혔고, 조르지뉴 루이스 케파를 무너뜨리는 장엄한 골도 기록했다”고 칭찬했다.

이번 경기로 시즌 초 손흥민이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인 것은 아시안게임 출전 등 체력적인 부담이 원인일 수 있음이 재확인됐다. 손흥민은 지난 1일 잉글랜드 카라바오컵(리그컵)에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시즌 1, 2호골을 기록했다. 당시에도 손흥민은 지난달 30일 맨체스터 시티와의 리그 경기에 출전하지 않고 체력을 비축해둔 상태였다. 손흥민은 첼시전 후반 33분 교체돼 풀타임을 뛰지 못했다.

손흥민이 이달 들어 연달아 골 맛을 보면서 내년 아시안컵에서의 활약 기대감도 덩달아 높아졌다. 그는 파울루 벤투 감독 체제 이후 가진 네 번의 평가전에 참가했으나 두 번의 페널티킥 실축을 포함해 골을 기록하지 못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