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산후조리원 확대한다더니…“민간 없을 때만” 말 바꾼 복지부

입력 2018-11-26 04:00

정부가 공공산후조리원 설립과 관련해 앞뒤가 맞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공공산후조리원을 확대한다는 취지로 지난해 말 설립요건을 완화했지만 최근 예산심의 과정에서는 확대에 부정적 입장을 내놨다. 앞서 박능후 복지부 장관도 “공공산후조리원 확대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실무 단계에선 반영되지 않는 모양새다.

25일 2019년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복지부는 내년 공공산후조리원 시범사업으로 15억원을 편성했다. 공공산후조리원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5억원씩 매칭한 10억원으로 설립된다. 복지부는 내년에 3곳을 선정해 시범적으로 공공산후조리원을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권덕철 복지부 차관은 지난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예산심사소위원회에서 “민간산후조리원이 없고 산후조리 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특수한 경우에 한정적으로 (공공산후조리원 사업을) 하겠다는 점을 명확히 한다”며 “일반(민간)산후조리원이 이미 활성화돼 있는데 굳이 (그 지역에) 지원할 필요는(없다)”고 했다.

그의 발언은 공공산후조리원 설립을 규정한 법 취지에 어긋난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공공산후조리원 설립요건을 완화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특히 이 법 시행령에서 정하고 있던 지자체의 산후조리원 설치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해 사실상 설치 자체를 차단하고 있다며 법에서는 ‘해당 지자체 내 산후조리원 이용현황을 고려한다’는 부분을 들어냈다. 이에 따라 복지부도 엄격한 설립요건이 담긴 시행령을 폐지했고 이는 지난 6월 13일부터 적용됐다.

권 차관은 그러나 소위에서 “현재 20개 정도 산후조리 서비스가 부족한 지역으로 나오는데 그런 데서 아마 (공공산후조리원 시범사업을) 공모해서 가져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복지부가 폐지한 시행령에 근거한 설명이다. 폐지된 시행령은 민간산후조리원이 없고 인근 지자체에도 산후조리원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두 가지 요건을 모두 만족해야 공공산후조리원을 세울 수 있다고 규정했다. 당시 이 조건을 충족한 곳은 전국적으로 농어촌 23개 시·군뿐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공공산후조리원은 박 장관이 주문한 부분이기도 하다. 박 장관은 지난해 7월 인사청문회 질의답변서에서 “그동안 공공산후조리원 신설을 제한적으로 허용해온 것으로 안다”면서 “산후조리의 국가책임 강화를 위해 공공산후조리원 확대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현재 공공산후조리원은 최근 문을 연 전남 강진의료원을 포함해 6곳이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