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강제 오프·유연근무… 금융권 ‘주 52시간’ 대책 분주

입력 2018-11-23 04:02

신한은행의 한 영업점에 근무하는 A씨는 얼마 전 “다음 달부터 특별한 일이 없으면 오전 8시30분까지 출근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신한은행은 다음 달부터 주52시간 근무제를 본격 도입한다. PC 사용시간을 법정 근로시간 범위로 제한하는 ‘강제 PC오프(off)제’도 확대 시행한다. 아침에 있던 화상교육과 회의는 사라졌고, 주간회의는 월요일 마감 이후로 미뤄졌다.

A씨는 “오전 6시에 일어나 곧장 씻고 오전 7시30분 전후로 출근하던 때보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좋아질 것 같다”면서도 “이제는 야근이 불가능해 근무시간 안에 업무를 모두 끝내야 하는 부담도 커졌다”고 22일 말했다.

금융권이 주52시간 근무제를 조기 도입하면서 분주하다. 본점에서만 시행하던 PC오프제 등을 일선 영업점까지 확대하고 불필요한 회의·업무를 없애는 작업이 한창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점포 셔터를 내리고 정산작업을 위해 자연스럽게 다 같이 저녁을 먹던 문화는 옛말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0월부터 PC오프제를 본격 시행했다. 오후 7시 PC 전원이 꺼지면 다음 날 오전 8시30분까지 켜지지 않는다. 국민은행 노조는 최근 임금·단체협약 협상에서 “지문인증을 통한 근로시간 관리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영업점 PC를 사용하지 않아도 근무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지문인식으로 근무시간을 따지는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우리은행은 지난달부터 주52시간 근무제를 미리 시행했다. 노사 합의를 통해 탄력근무제와 더불어 아침·저녁 회의를 최대한 없애고 ‘눈치 보지 않고 출퇴근하는 문화’를 확산시키는 중이다.

KEB하나은행은 PC오프제를 적용하면서 서울 중구 본점에 별도의 ‘업무집중 층’을 만들었다. 오후 7시 이후에 불가피하게 업무를 봐야 한다면 부서장 승인을 받고 이곳에서 일하는 것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오후 7시 이후 업무집중 층을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했다.

주52시간제가 금융권의 고질적인 업무스트레스와 과로 문화를 바꿀지는 미지수다. 은행권 관계자는 “주52시간제로 업무 강도가 더 올라갔다. 나아진 근무 여건에서 더 높은 성과를 내는 게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