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업황 부진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소 조선사들의 미래를 ‘친환경 선박시장’에서 찾기로 했다. 한국 조선산업이 제2의 ‘말뫼의 눈물’(세계적 조선업체 코쿰스가 자리 잡고 있던 스웨덴 말뫼의 몰락)이 되지 않도록 중소 조선사 체질을 미리 바꿔 친환경 선박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물음표 투성이다. 정부는 2016년부터 세 차례나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매번 ‘친환경 선박시장 선점’을 강조했다. 그런데도 구체적 성과는 아직 없다. 정부 정책이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건조에 집중되면서 탈황장치 등 기존 선박에 설치하는 친환경 설비 기술의 개발은 이제야 첫발을 떼는 수준이다. 2030년까지 친환경 선박 관련 핵심기술을 100% 국산화한다는 목표도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가 시작되는 2020년보다 10년 뒤로 맞춰져 있어 중소 조선사들이 친환경 선박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정부는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국정현안조정점검회의를 열고 ‘조선산업 활력제고 방안’을 확정·발표했다. 정부는 중소 조선사의 미래 먹거리를 친환경 선박이라고 판단했다. 중소형급 LNG선 시장에 중소 조선사를 진출케 해 1조원 규모의 초기 시장을 창출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정부는 2025년까지 중소형 LNG선 140척을 발주한다. 부산과 충남 당진에 2조8000억원을 투입해 연료 충전시설인 LNG 벙커링 설비를 짓는다.
정부가 막대한 자금을 쏟는 것은 조선산업이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수주물량이 대폭 줄었지만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수출액(160억 달러)은 같은 기간 전체 수출액(5053억 달러)의 3.2%나 된다.
그러나 ‘친환경 선박’은 새로운 게 아니다. 정부는 2016년 10월 대형 조선 3사 회생방안에 이어 올해 초 중견 조선사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LNG선 건조 지원 등 친환경 선박시장 진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는 대상이 중소형 조선사로 옮겨졌을 뿐이다.
친환경 선박이 미래 시장이기는 하다. IMO는 미세먼지 성분인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배출 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2020년까지 현재 배출가스의 3.5%인 황산화물 배출기준을 0.5%로, 질소산화물은 4분의 1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 다만 선박은 교체 주기가 길고 가격이 비싸다. 기존 선박이 LNG선으로 한순간에 변하기 어렵다. 때문에 해외 선박·기자재업체들은 기존 선박에 친환경 설비를 장착하고, 선박 교체가 되면 친환경 선박을 건조하는 전략을 택한다.
이와 달리 한국 정부는 친환경 설비 기술 개발은 사실상 뒤로 미뤘다. 내년부터 수소 선박과 온실가스 저감 미래선박 기술 개발에 각각 420억원, 6000억원을 투입하고 2030년까지 핵심 기술을 100% 국산화한다는 계획이다. 2020년 환경규제에 맞춰 기술을 개발해온 해외 업체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2020년 이후까지 중소 조선사들이 버틸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친환경 선박 수주가 본격화될 때까지 중소 조선사의 자금난은 계속될 전망이다. 정부는 중소 조선사가 ‘경영 보릿고개’를 넘을 수 있도록 1조7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책을 마련했다. 돈이 없어 제품을 만들지 못하는 기자재업체에 3000억원 규모의 제작금융을 지원하고, 중소 조선사를 위한 선수금환급보증(RG) 프로그램 규모도 10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확대키로 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한국판 ‘말뫼의 눈물’은 없다지만, 물음표 투성이 ‘친환경 선박’ 대책
입력 2018-11-23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