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확대 전쟁터, 전자상거래 업계

입력 2018-11-22 19:36 수정 2018-11-22 21:38

시장 규모가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계에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롯데 신세계 등 유통 대기업이 이커머스 부문에 대규모 투자를 예고한 데 이어 쿠팡이 20억 달러(2조2500억원)의 해외 투자를 유치했다. 업체들은 자본, 기술력, 마케팅 전략 등을 내세워 이커머스 업계 ‘춘추전국시대’를 평정하겠다는 계획이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이 일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0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이커머스 시장이 급격하게 재편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롯데는 지난 8월 이커머스 부문에 5년 동안 3조원을 투자하기로 발표했고, 신세계는 지난달 1조원 규모의 해외 투자를 유치했다. 거래액 기준으로 이커머스 업계 2위인 11번가도 지난 6월 투자금 5000억원을 확보했다. 최근 6개월 동안 이커머스 업계에만 6조7500억원의 자본 투자가 확정되면서 이커머스 시장은 자본 싸움 양상으로까지 번졌다.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올해 1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온라인쇼핑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이커머스 업계 연간 거래액은 78조2273억원이었다. 이커머스 시장은 연간 7∼8%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시장은 빠른 속도로 확장되고 있지만 압도적인 1위는 없는 상태다. 거래액 기준으로 1위는 G마켓, 2위는 11번가, 3위는 옥션이다.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가 현재 업계 1위다. 지난해 이베이코리아는 397억원의 순이익을 내면서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베이가 미국의 아마존, 중국의 알리바바처럼 한국 이커머스 시장을 독주하고 있는 건 아니다. 롯데, 신세계, 쿠팡 등의 대규모 투자가 업계 순위를 충분히 바꿀 수 있다. 다만 11번가, 쿠팡, 위메프, 티몬 등이 계속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대규모 자본 투입이 혁신성장보다는 출혈경쟁 양상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유통 대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이커머스 시장 판도를 크게 뒤흔들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자상거래 시장에서는 자본 못잖게 기술력도 중요하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인식이다. 그래서 기존 업체들이 가장 경계하는 기업은 오히려 네이버다. 탄탄한 IT 기술력을 앞세운 네이버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전환점이 제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자상거래 분야는 기술력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자본이 기술력을 향상시킬 수 있지만 자본만 투입한다고 시장을 장악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자본 못잖게 아이디어 싸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